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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도덕의 기초에 관하여'는 쇼펜하우어가 존나 패기넘치게 철학계의 거두인 칸트를 대차게 까면서 도덕의 기초를 나름의 관점에서 제시한 논문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충분히 깔 만했다. 칸트와 달리 추상적이지 않은,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도덕의 기초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게 뭔지 궁금하면 직접 읽어들 보시길.ㅋ오늘 소개할 명문은 이수역 폭행사건이다 뭐다 요즘 혐오, 증오, 악의가 주변에 넘실대는데 그 근원이 뭔가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무릎 탁 칠 만한 고찰이다."..결국 악의의 주된 근원은 질투다. 혹은 오히려 이것 자체가 이미 악의로서 타인의 행복, 소유, 특권들로 인해 일어난다."캬!이번 이수역 폭행사건도 가만히 있던 커플을 향한 조롱에서 시작됐던데......... 뭐 여기까지만..... 커플이 옆에서 꽁냥..
사피엔스로 오늘의 명문 하나 더 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피엔스에서 언급된 것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로 나간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한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었다." 아시아 열강과 이슬람 세계가 결국 서구유럽에 패권을 내주게 된 것은 그들에게 기술이나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부실한 사회구조와 덜 성숙한 가치였다. 정말이지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은 자본이 없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와 가치가 성숙하지 못했다. 차근차근 그리고 치열하게 사회문화적 수준..
매우 유명하지만 딱히 재미는 없는, 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충분히 던져주는 위대한 작가 토마스 만의 대표작 '마의 산'에서 시간에 관한 고찰이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한 번 따왔다. "내용이 없고 단조로운 것은 사실 순간과 시간의 흐름을 더디게 하고 ‘지루하게’ 만들지도 모르나, 아주 커다란 시간 단위일 경우에는 이를 짧게 하고, 심지어 무 같은 것으로 사라지게 한다." 이 말인즉슨 매일 똑같은, 반복적인 지루한 일상의 나날들은 그 순간은 지루하고 참으로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낄지 모르나, 이것이 10년, 20년 전체 삶의 단위로 돌이켜보면 매우 축약되어 화살처럼 지나간 기간에 귀속돼버린다는 말이다. 매일이 항상 같다면 아무리 긴 일생이라도 부지불식간에 흘러가버린다는 거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우리가..
나는 원래 문장 자체가 난해한 철학서 같은 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 중 첫 번째가 한 눈에 쏙쏙 들어오고 잘 읽히는 글, 명료하게 떨어지는 글이다. 사실 사르트르도 그렇고 니체나 쇼펜하우어의 유명 철학서들 보면 저런 기준에서 답이 안나오는게 사실이라 잘 안 읽는다. 솔직히 읽다보면 충분히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할 것 같은데 존나게 중언부언 하는 거 같은 게 많다. 거기다 원체 과거에 쓰인 것들이라 현대적 시점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물론 중언부언은 내 이해력이 희대의 천재들을 따라가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곤 해서 가끔 꾹 참고 보기도 한다. 오늘 선정한 문장도 그렇다. 요즘 여기저기 프로불편러들이 존나게 ..
간만에 오늘의 명문을 선정한다. '사랑은 없다'는 아주 유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에세이집인데 가볍게 읽어볼 만 하다. 난해하지도 않고 요즘 나오는 처세술이나 힐링 서적의 19세기 버전이라 보면 될 것이다. 사랑과 행복, 종교, 정치, 인간적 고뇌 따위에 대한 쇼펜하우어라는 위대한 철학자의 나름의 통찰을 살필 수 있다. 오늘은 여기서 최근 탄핵 사태에서 범죄용의자의 대리인단 및 그를 비호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딱 맞는 구절이 나오기에 한 번 끼적여 본다. 특히 이들은 추악하고 저급한 행위가 나이의 많고 적음과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자존심과 명예욕은 나이와 관계 없으며 외려 나이를 먹을 수록 심해진다며 이와 같은 이유를 댔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체력의 한계를 느끼..
이제보니 오늘의 명문에 올린 포스팅 중, 스티븐 핑커님 저서에서 따온 말이 제일 많다. 그만큼 몇 번이나 읽고 씹고 맛보고 즐기고 싶은 명문이 존나 많은 명저라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오늘은 핑커님의 아주 유명한 빈 서판의 한 구절을 따온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쓰고, 쓰고 싶은 말이다. 스티븐 핑커님이 하버드 대학원 시절, 인공지능과 컴퓨터 인지모델을 비판한 한 교수의 책을 읽고 난 뒤 우려와 함께 남긴 한 줄 평이다. 존나 촌철살인이라 내 머리에 기냥 다이렉트로 쑤셔박혔다. "논리는 짧고 신성함은 길었다." 캬! 대박이다. 저것도 모자라 핑커님은 책의 몇 부분을 인용했는데, 컴퓨터 신경계에 관해 교수는 일말의 논리도 없이 그저 음란하다느니 문명인의 마음에 혐오를 불러일으킨다는 둥의 원색적 비..
오늘의 명문은 전과 달리 좀 독특하게 두 거장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짧은 인간의 삶, 인생무상에 대해 작품 속에서 논한 것을 풀어본다. 어쩌다 도연명 시를 봤는데 사드의 소설 구절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고 있더라.ㅋㅋㅋ 먼저 사드의 악덕의 번영에서, 쥘리에뜨의 나폴리 순례 중 루클루스의 집터를 구경하며 쥘리에뜨가 곱씹는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다음, 사드와 달리 고풍스런 삶을 산 도연명의 시, 돌아가리라 中.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