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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핑커님의 역작 존나게 두꺼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펼쳐지는 반박불가한 매우 논리적인 논지를 펼치며 서서히 결론으로 치닫는 것이 아주 죽음이다. 엄청난 텍스트 만큼이나 수많은 촌철살인의 명문이 넘치고 또 넘친다. 앞으로도 여기에 많이 언급할 것이다. 오늘 언급할 대목은 핑커님이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애매한 혼합정부에 대한 이야기다. 좋게 말해 혼합정부지 개허접정부라고 부르는 게 옳다. 핑커님이 직접 언급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들 중에 발췌~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신생 정부의 운영자는 독재자나 도둑 정치가일 때가 많았고, 가끔 정신 이상자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명문이랄 건 없고 그냥 역사적, 통계적 사실을 언급한 건데 저거 보고 존나게 소름돋았다. 우리도 잘 ..
사실상 사드의 저서 중 가장 추천하기 힘든, 가학적이고 변태스런 온갖 행위들을 글로나마 제한없이 써제껴보고 싶어서 쓴 것만 같은 소돔의 120일이지만 사드의 저서답게 수많은 철학적 내용, 수사적 문장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아는 작가들 중에 사드가 제일 글빨 좋은 것 같다. 미친놈이란 오명이 있지만 그거랑은 별개다. e북으로 나왔길래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e-pub이 아니라 pdf 형식인지 모르겠다. 보기 졸라 불편하다. 밑줄도 못 긋고, e북 좀 재정비해서 재출판했음 좋겠다. 아무튼 오늘의 명문은 그의 소설 소돔의 120일 중에 따왔다. 온갖 상스런 내용 안에 또 주옥 같은 명문이 많지만 직전에 썼던 리바이어던의 정당성에 관한 내용이 있기에 써본다. 진짜 거의 천..
오랜만에 쓴다. 얼마 전 강연도 들은 핑커님의 명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한 구절 따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 다는 못 읽었다. 아마 이 책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 엄청난 두께에 놀랄 것이 분명하다. 나도 대체 이걸 왜 상중하 세 권으로 안 나누고 한 권에 엮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들고 댕기면 이두박근 생길 만한 크기에 놀랐다. 더하여 그 방대한 분량을 차곡차곡 하나도 빠짐없이 주옥 같은 내용으로 채운 핑커님의 엄청난 '실력'과 깊이에도 놀랐다. 다른 좋은 저서도 많지만 이거 한 권 읽어보면 인간, 본성, 폭력 등에 대한 시각을 졸라게 확장할 수 있으니 추천한다. 아무튼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중 초반 나는 특히 폭력이 본성에 의거한 내적반동이 아닌 환경에 의한 전략적 반응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평소 내가 좋아하던 인문학, 유전생물인류학 및 철학 관련 저서들인 자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제3의 침팬지,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거기에 피터싱어의 동물해방 등등을 모두 뭉뚱그려서, 아주 쉽고 재미있게 잘 정리해준 책인 것 같다. 거기에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라는 제목을 붙인 결정적인 마지막 결론도 꽤 흥미롭고 말이다. 본인도 총균쇠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더라. 아무튼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강추하고 싶다. 지금 내가 빠져 있는 현실적인 고민과 불안에 본질적인 답을 줄 수도 있다. 각설하고 오늘의 명문으로 꼽은 것은 총균쇠에도 여러번 언급된 사기극에 관한 명문이다. 다름아닌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이라는 인류 역대 ..
풍자와 해학이 뭔지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심지어 그의 이름과 작품명을 딴 옷 브랜드도 있는 18세기의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볼테르의 대표작 -깡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그냥 심심할 때 펼쳐보면 좋은 책이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다. 혹 대철학자의 명저라는 이야기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깡디드라는 이름의 낙관주의자, 청년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불행을 겪고, 벼라별 미친 개또라이들을 만나며 삶과 철학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그런 깡디드의 엔딩부분 모험을 마친 깡디드가 끝까지 말이 존나게 많은 그의 철학선생 팡글로스의 개드립에 개소리 말고 밭이나 가꾸자고 한다. 그러자 팡글로스도 동의하며 에덴동산에 인간을 데려다놓은 게 그곳을 경작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거기서 끼어드는 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지난번에 이어 두 번 연속 오늘의 명문 크리티컬 당첨이다. 야만인 존은 점차 문명세계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소마에 취해 사는 미래세계의 엠생, 하급인생으로 태어나 하급인생으로 길러져 잡일만 하는 델타들에게 자유를 주라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진압된다. 이후 존은 유럽총재 무스타파 몬드를 만나게 되고 면담을 한다. 여기서 야만인은 인간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대체 왜 델타 같은 허접한 인간을 만드냐! 다들 알파 플러스처럼 우월한 인간으로 만들 순 없냐고 따진다. 그러자 무스타파 몬드 왈.“알파뿐인 사회는 필연코 불안정하고 처참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네. 이를테면 알파뿐인 공장을 상상해 보게. 즉, 훌륭한 유전을 받아서 자유로운 선택과 각자가 지나친 ..
고전명작으로 꼽히는 멋진 신세계는 종종 1984와도 비견되곤 하는데 둘 모두 미래를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은 같다. 아무튼 그만큼 명문도 즐비한데 그 중 하나 뽑아본다. 주인공 버나드는 야만인 보존구역에서 데려온 존을 팔아 전과 달리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지만 어느 날, 그토록 부르기 힘들다는 인사인 찬미합창단장까지 초대한 파티에서 존이 모습을 보이길 거부하는 바람에 욕을 처먹는다. 버나드는 내심 자신이 진짜 앙심을 품어야할 상대는 찬미합창단장 같은 인간들이란 걸 알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있고 진정 마음이 통하는 친구 존에게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 한다. 병신같이. 여기서 나온 올더스 헉슬리의 명문. "친구라는 것은 때로는, 우리들이 적에 대하여 형벌을 가하려고 ..
강남 길거리 지나가다 충동구매한 러시아 단편 걸작선에 실려 있던 막심 고리끼의 단편 스물 여섯 사내와 한 처녀를 읽고 나는 일종의 컬쳐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막심 고리끼의 빠돌이가 되어 그의 소설을 줄줄이 찾아보기에 이른다. 제빵소에서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프레즐을 굽는 스물 여섯의 인부들의 생활상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압권인데 내 심금을 울린 부분은 바로바로- -말할 것을 죄다 말해 버린 사람에게 침묵이란 무시무시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할 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침묵은 간단하고도 쉬운 일이다.- 캬! 이번 명문은 전과 달리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냥 나의 직관이 졸라 멋지다고 울부짓는다. 고된 노동 속에 감각이 무뎌져 말을 잃은 노예들의 푸념과도 같지만 언중유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