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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드, 악덕의 번영 + 도연명, 돌아가리라 中 본문

오늘의 명문

<15> 사드, 악덕의 번영 + 도연명, 돌아가리라 中

TripleGGG 2016. 7.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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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명문은 전과 달리 좀 독특하게 두 거장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짧은 인간의 삶, 인생무상에 대해 작품 속에서 논한 것을 풀어본다. 어쩌다 도연명 시를 봤는데 사드의 소설 구절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고 있더라.ㅋㅋㅋ


먼저 사드의 악덕의 번영에서, 쥘리에뜨의 나폴리 순례 중 루클루스의 집터를 구경하며 쥘리에뜨가 곱씹는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다음, 사드와 달리 고풍스런 삶을 산 도연명의 시, 돌아가리라 中.


모든 것이 끝난다

우리 인간에게는 

그렇게도 적은 시간이 허용되어 있을 뿐

그러니 마음 내키는 대로 살자

애를 써서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재물에 욕심이 없다

천국에 대한 기대도 없다.


어찌보면 둘이 완전히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BUT 내가 보기엔 도연명도 사드랑 딱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마음 내키는 대로 살자는 것, 그리고 천국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것. 똑같다. 다만 도연명은 물욕이 없고, 사드는 쾌락과 물욕에 환장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지만, 어쨌건 짧은 인생 내 멋대로 살자는 기본적 맥락은 같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내 멋대로 사는 것이다. 심지어 내 멋대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지나고 보면 내 의지가 아니었던 경우도 태반이다. 또 멋대로 산다는 것이 꼭 사드처럼 쾌락의 삶만은 아닐 것이다. 시에서 보듯 도연명도 멋대로 살았지만 그건 아니었으니까.


한마디로 진정 멋대로 살기 위해선 우선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자신만의 가치관과 철학이 확고해야 한단 것이다. 그에 따라 사는 것이 진짜 멋대로 사는 것일 것이다. 그러한 철학이 없이 마냥 멋대로 사는 것은 그저 시류에 휩쓸린 방종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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