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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별 기대하지 않고 가서 봤다. 기본적으로 나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역사 관련 컨텐츠는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소위 '국뽕' 정서를 도무지 봐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이 야릇한 우월감으로 싸구려 자부심을 돋우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그것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연장선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극혐한다. 아무튼 그건 개인취향이니까 각설하고, 이런 이유로 소설, 영화 뭐든 나는 역사 관련된 건 좀 피해왔다.덕분에 지금까지 김훈이라는 작가의 작품 또한 접하지 못했다. 그 또한 역사를 소재로 다루기 때문이었다. 허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나의 편협하기 그지없는 편견을 탓해야 했다. 그렇다. 은 씨발 존나게 훌륭한 영화였고,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옮..
새벽에 시티 오브 갓을 봤다. 내가 왜 이제야 이 영화를 봤는지, 2002년도에 대체 뭘 하고 자빠졌는지, 아니 여태 뭘 하느라고 이토록 훌륭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이제 보게 됐는지 한스러울 정도로 존나게 훌륭한 명작 중의 명작, 마스터피스였다. 이건 뭐 그냥 내년 이맘때까지 물고 빨고 하고 싶을 정도로 잘 빠진 영화다. 지금까지 봐온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올려온 그 어떤 비극의 악순환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비극적이며 적나라하다. 그야말로 치열한 인간의 삶, 인간의 내면에 분명 자리한 야수가 고삐가 풀려 날뛰는 정글의 희노애락이 처절하게 펼쳐진다. 원작소설에는 300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데 영화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숫자의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존재하는데 상당히 방대하며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이란 말이 딱히 어떤 우열을 가리고, 비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그냥 한 번 생각해본 거다. 결론부터 뱉고 시작한다. 앞서 밝혔듯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애당초 대중문화, 소비되는 창작물, 콘텐츠들이 가지는 각자의 개성과 상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수준이 높다 혹은 낮다-는 식으로 표현하지는 않겠다. 대신 한국 대중문화의 메인스트림을 이루고 있는 것이 어떤 연령대를 지향하는지 표현해보겠다.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은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에게 최적화 되어있다.” 유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조금 발전하면 소수 대학생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을 대변하는 계층은 중고생 정도가 되겠다. 예외는 차치하고, 우선 말하자면 이들이 주로..
곡성을 보았다. 곡성은 기존의 나홍진 감독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다. 기존의 작품이 우리 곁의 현실을 다뤘다면 곡성은 대놓고 초현실, 초자연을 다뤘다. 그만큼 추격자나 황해와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갔다면 조금 낯설 수도 있을 것이고, 분명 실망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평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극호, 그야말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완벽으로 수렴하게 하는 영화였다고 단언하는 바다. 나는 아예 아무런 정보도 보지 않고, 보았다. 처음 초자연을 다룬 영화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 나 역시 조금 의아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 평을 하자면 곡성은 그야말로 완벽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토록 강조하던 미끼를 물었다는 의미를 알게..
요즘 영상 및 미디어업계에 가상현실, VR이 졸라 뜨고 있다. 여기저기 난리다. VR이 가져다 줄, 가져다 주어야 할 금빛바람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 때 그쪽 분야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VR에 대한 개인적 통찰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영상, 극영화 분야에 VR의 활용도가 과연 어느 정도나 될지 지극히 개인적 관점에서 분석해본다. 일단 내러티브가 있는 극영화에서 VR을 활용하는 것은 졸라 힘들어 보인다. 강력한 몰입을 할 수 있는 장치이긴 하나 극영화는 정형화된 이야기를 쫓는 것으로 VR이 가진 자유도와는 정확히 반대방향에 서있다. 기존의 극영화는 촬영감독과 연출자가 관객이 자연스레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꼭 필요한, 보아야 하는 장면의 ..
주토피아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쩐다. 이거 아직 못 보신 분은 내리기 전에 근처 극장으로 직행해서 당장 보시길 권한다. 난 3D애니메이션이 대중화 된 이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과거 2D시절에 담았던 감성과 재미를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왔다. 세계적 히트를 친 겨울왕국도 마찬가지였다.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고 훌륭했다. 더하여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솔직히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허술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주토피아는 달랐다. 주토피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빠른 전개로 충분히 상호보완하고 있다. 더하여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잘 짜인 복선, 만족스럽게 수용 가능한 개연성으로 전작보다 훨씬 흡입력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본다. 디즈니 특유의 자잘한 ..
요즘 태양의 후예란 드라마가 이슈의 중심에 있고 드라마의 고증문제로 치열한 혈투가 웹 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의 팬들이야 어떻게든 드라마를 응원하고 옹호하고 싶을 테니 그것이 비난이든 비판이든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또 비난하는 이들은 이런 드라마의 인기가 급상승 함으로 인해 제2, 제3의 이런 드라마가 나올 것이 두려울 것이다. 어차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고, 피터지게 싸운다 한들 결국 이 드라마는 공중파 드라마의 부진 속에 이례적인 높은 시청률과 화제의 중심에서 승승장구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난 이 싸움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작 드라마이고 작가의 판타지인데 따지지 말라'는 소리는 개소리라는 건 짚어주고 싶다. 어려운 용어를 들먹일 필요도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그냥 '..
얼마 전 '귀향'이란 아주 뜻깊은 영화가 개봉을 했고 영화에 대한 평이 갈리는 상황에서 영화에 대한 의도치 않은 신격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좀 놀랐다. 물론 일부라고 믿는다. 영화를 신격화 한다는 것의 의미는 영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맹신과 굳은 잣대를 적용하며 영화에 대해 일절 비난 혹은 비판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귀향'과 같은 '뜻깊은' 영화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신격화는 늘 일방통행이다. 즉 신성화한 대상에 대한 비난 아닌 비판마저도 신성모독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고 표류하게 된다. 적어도 내가 본 비판글 중 귀향의 '뜻깊음'을 폄훼하는 의도가 있는 글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영화의 전반적인 품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