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무언가를 '신성시' 하는 건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영화 귀향에 관해. 본문

잡설

무언가를 '신성시' 하는 건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영화 귀향에 관해.

TripleGGG 2016. 3. 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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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귀향'이란 아주 뜻깊은 영화가 개봉을 했고 영화에 대한 평이 갈리는 상황에서 영화에 대한 의도치 않은 신격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좀 놀랐다. 물론 일부라고 믿는다.


영화를 신격화 한다는 것의 의미는 영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맹신과 굳은 잣대를 적용하며 영화에 대해 일절 비난 혹은 비판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귀향'과 같은 '뜻깊은' 영화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신격화는 늘 일방통행이다. 즉 신성화한 대상에 대한 비난 아닌 비판마저도 신성모독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고 표류하게 된다. 적어도 내가 본 비판글 중 귀향의 '뜻깊음'을 폄훼하는 의도가 있는 글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영화의 전반적인 품질, 스토리, 연출미숙을 비판하고 있었다. 뜻깊은 영화가 무조건 좋은 영화 라는 공식은 없다.


영화라는 컨테이너 안에 어느 정도 의미를 담을 수야 있겠지만 영화라는 컨테이너 자체는 종교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신격화하거나 찬양할 대상이 아니다. 영화가 뭘 그리고 있건 간에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 왈가왈부 비판하는 것은 관람한 관객의 정당한 권리다. 영화가 어떤 특정한 역사적 의미와 뜻을 담고 있다고 해서 그 권리를 짓밟는 건 애당초 성립이 되질 않는 것이다. 엄연한 폭력이고 나아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이성적인 글임. 밑에서 부턴 감정적인 글이므로 주의.


이런 이슈 볼 때마다 존나 짜증난다. 아니 왜 영화 한 편 마음 놓고 비평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지 여기가 무슨 파시스트 점령국도 아니고 존나 어이가 없다. 좋은 의도와 의미를 포장한 포장지가 구리면 구리다고 해야 나중에 진짜 '뜻깊음'에 '퀄리티'가 추가가 되지 무조건 신격화해서 비난비판 다 뭉개버리면 발전은커녕 결국 좆망이다. '뜻깊은'="저퀄리티' '노잼' 공식이 성립되어 버린다. 뜻깊은 주제를 재미있게 고퀄로 만들면 안 되나? 저예산에 힘들게 만들면 다 어설프고 재미가 없어지나? 안 그런 영화가 도처에 깔렸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가 웹상에서 존나게 판을 치고 일종의 도그마 수준의 감싸기와 옹호가 이어지니 앞으로도 '뜻깊은' 영화는 그냥 대충 만들어도 되겠구나 싶다.


아 참고로 난 아직 영화 안봤다. 보면 알겠지만 그래서 이 글에도 '귀향'에 대한 개인적 평 자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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