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존짧소(존나짧은소설) (68)
<복덕방>
2022년 미래의 서울, 명진과 호철은 20년지기 불알친구다. 둘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대화를 주고 받던 명진이 오늘 이별한 호철을 향해 말한다. “야 그러지 말고 힘내 씨발놈아.” 호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든다. 이때 곁에 있던 한 남자가 말한다. “왜 그분에게 욕을 하시죠? 기분 나쁘실 거 같은데.” 명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다른 테이블에서도 들고 일어선다. “맞아요. 저도 그 생각했어요. 왜 욕하세요?” 이때 호철이 나섰다. “아니 전 괜찮습니다. 우리 오랜 친구라서.” 그러자 어느새 열댓명이 모인 '그들' 중 하나가 나서서 말했다. “아니요. 아마도 당신은 너무 욕을 먹어온 나머지 이런 부당함에 저항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항변하는 명진의 머리채를 끌고 나..
정상인 마을에는 짝불알이 몇 명 살고 있다. 한 사내, 피터가 전단지를 돌리며 짝불알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짝불알에 대한 차별은, 나아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 침해이며 악 그 자체입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할 권리를 지녔습니다! 짝불알도 인간이다! 짝불알에게 자유를! 짝불알에게 평화를! 운동전개를 위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피터에게 말했다. "저기 좀 시끄러운데 그만 좀 해주시겠어요?" 피터는 버럭 성질을 냈다. "뭐야!? 지금 이 보편적 정의의 외침에 토를 다는 거요?" "저기 이 마을에 다들 누가 짝불알인지도 잘 모르고 그냥 그러려니 잘 살고 있는데 이러시면 오히려 짝불알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생길 거 같아서요...
그 마을에는 현자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요. 모든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답니다." 마을을 방문한 외지인은 그렇게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현자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워낙 바쁘고 두문불출하는 사람인지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외지인은 현자와 독대하게 되었다. 마을을 떠나기 바로 전날 밤이었다. 그는 현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습니까?" 현자가 답했다.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네? 그럼 뭐가 필요한데요?" 현자는 비밀을 지켜달라 당부한 뒤 말했다. "제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필요할 뿐입니다." 외지인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 . . . . "에라이 씨발 사기꾼 새끼!"
P반 담임교사 C씨는 이날 벼르고 벼르던 일을 했다. 아이들에게 특별히 준비한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풀게 했다.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시험을 보았다. 다음날 C씨는 채점한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선생님? 저 백점인데요?""저도요!""저도 백점!""처음이야 나도 백점!" C씨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모두 백점이야. 이렇게 누구라도 백점을 맞을 수 있어. 그런 세상도 있을 수 있어. 선생님은 그렇게 믿어. 그걸 알려주고 싶었어."방과 후, 항상 꼴찌인, 공부는커녕 평소 교과서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민수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전 처음 받아온 백점짜리 시험지를 코팅해서 벽에다 걸어두었다. 그리곤 말했다."참 훌륭한 선생이란 말이야."한편 반에서 항상 1등을 하던 과묵한..

여기는 지옥 일번지. 인간이라 부르기조차 망설여지는 최악의 인물들로 가득한 곳. 하지만 이곳도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곳이고 집단생활을 하는지라 하루 일과가 정해져 있었다. 아주 단순하다. 아침 기상과 식사, 고통의 고문 시간, 죽음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휴식시간인 아침식사 시간, 빈 라덴, 마오쩌둥, 후세인, 히틀러는 늘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그런데 이날따라 히틀러가 기분이 좋아보였다. 얼른 밥을 먹고 룰루랄라하며 식판을 들고 나갔다. 마오쩌둥이 "저 새끼 오늘 화형으로 뒈지는 날인데 왜 저리 좋아하냐." 라고 하자 후세인이 "몰라 병신새끼 아까부터 저러네." 했다. 그러자 빈 라덴이 "아침에 뉴스 보더니 킥킥거리고 좋아하더라고." 하자 마오쩌둥과 후세인이 "그게 뭔데?..
불이야!!!!!! A는 불이 난 창고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창고는 A가 가장 아끼는 곳이었다. 겨우 불은 껐지만 잿더미만 남았다. 일주일 뒤. 불이야!!!!!!! 이번엔 집에 불이 났다. 하지만 A는 창고를 가장 아끼기 때문에, 얼른 뛰어가 또 불이 났는지 창고만 살피고 있을 뿐 집은 다 타건 말건 그대로 두었다. 동네 이장이 말했다. "거 A씨 불 안나게 대비 좀 하지 그래. 밭에다가는 스프링쿨러 좀 설치하지?" 하지만 A는 그 말을 무시했다. 잿더미인 창고만 돌보았다. 불이야!!!!!!!!!!!!!!!!!! A의 밭에 또 불이 났다. 그러자 A는 병신같이 또 황급히 창고로 뛰어갔다. 창고는 무사했다. 어차피 잿더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A는 집도 잃고 밭도 잃었다. 동냥질하고 창고 잿더미 위에서 자다..
그 개들은 미쳤다. 침을 질질 흘리며 제 주인 근처를 맴돈다. 그러다 누가 주인 근처에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짖고 물어뜯으려 염병을 했다. 그 광견들이 그렇게 주인에게 충성하며 지랄발광하는 이유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 주인은 그 개들에게 밥을 주지도 쓰다듬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기야 미친 개들의 사정을 누가 알겠는가? 미쳤는데 다른 이유가 뭐가 필요하겠는가?
첫 번째 연인, 두 남녀가 불 같이 사랑했고 그걸 의심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뼈아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여자가 기독교였고, 일요일에 교회를 나가자고 남자에게 권했으나 남자는 무교였고 그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별했다. 남자는 종교란 게 멀쩡한 사람 찢어놓는 참 좆같은 거라고 생각하며 돌아섰다. 두 번째 연인, 두 남녀가 불 같이 사랑했고 그걸 의심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뼈아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당 지지자였고,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응원하러 같이 가자고 여자에게 권했으나 그녀는 딱히 관심이 없고 그를 지지하지도 않아서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별했다. 여자는 정치병이란 게 멀쩡한 사람 찢어놓는 참 좆같은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