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25. 평등교실 본문

존짧소(존나짧은소설)

25. 평등교실

TripleGGG 2019. 11. 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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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반 담임교사 C씨는 이날 벼르고 벼르던 일을 했다. 아이들에게 특별히 준비한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풀게 했다.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시험을 보았다. 다음날 C씨는 채점한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생님? 저 백점인데요?"

"저도요!"

"저도 백점!"

"처음이야 나도 백점!" 

C씨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모두 백점이야. 이렇게 누구라도 백점을 맞을 수 있어. 그런 세상도 있을 수 있어. 선생님은 그렇게 믿어. 그걸 알려주고 싶었어."

방과 후, 항상 꼴찌인, 공부는커녕 평소 교과서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민수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전 처음 받아온 백점짜리 시험지를 코팅해서 벽에다 걸어두었다. 그리곤 말했다.

"참 훌륭한 선생이란 말이야."

한편 반에서 항상 1등을 하던 과묵한,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것이 평소 취미인 언제나 착한 모범소년 철수는 하굣길에 갑자기 가방을 열어 시험지를 쫙쫙 찢어 바닥에 버리고 그 위에다 오줌을 싸갈겼다. 그리곤 말했다.

"아니 씨발 뭔 니미좆같은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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