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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어떤 부부가 있었다. 결혼을 하고 1년까지는 그래도 다른 부부만큼 섹스를 했다. 그러나 점차 시들해지더니 결국 이 부부는 섹스를 하지 않게 되었다. 속칭 '섹스리스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불만갖지 않았다. 여전히 서로 사랑했다. 이상하게도 남편은 아내에게 발기하지 못했고 아내 역시 젖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여전히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어느날 밤, 남편은 포르노를 보며 발기를 했고 사정직전에 손을 멈추었다. 아내는 포르노를 보며 촉촉하게 젖었다. 적절한 순간 남편은 아내에게 달려갔다. 부부는 원하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둘은 여전히 섹스하지 않는다. 그러나 둘은 여전히 서로 사랑한다.
더러운 진창에 모여 사는 쥐새끼들이 지난 밤 취객이 술에 취해 토해 놓은 토사물을 먹고 있었다. 저마다 토사물이 맛있다고 취객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취객이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토를 해놓은 걸 먹으며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날 쥐새끼들은 평소 찬사를 보내던 늘 토해놓는 취객이 진창에 자빠져 있는 걸 발견했다. 쥐새끼들은 이번엔 그 취객을 먹기 시작했다. 도중에 깨어난 취객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 주둥이와 혀까지 파먹어버렸다. 내장에 뼈까지 모두 발라먹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맛있는 한 끼였다.
P는 주장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멋져보이고, 예뻐보이고 싶은 것은 세뇌야. 우리는 날 때부터 멋있고 예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건 사회적으로 강요받은 거야."T가 답했다. "응 맞아. 완전 동의해." 그리곤 T는 P를 존나게 기절하기 직전까지 두들겨 팼다. 어찌나 심하게 두들겨댔는지 주변에 먼지가 자욱하게 일고 P의 비명이 패는 소리에 묻혀 들리질 않았다. T는 기절한 P를 향해 말했다."너 같은 새끼를 줘 패면 안 된다는 것, 폭력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세뇌야. 아기들은 가르치지 않으면 서로를 꼬집고 할퀴지. 사회적인 강요일 뿐이라는 거야."
"형 왜 그렇게 같은 책을 몇 번씩 읽어?""응 잘 이해가 안 가서.""그래? 그럼 이 책 읽어. 이거 너무 재미있어. 술술 읽혀.""나도 알아.""그런데?""이게 베스트셀러야.""응?""이게 베스트셀러라고. 어렵지만 유명작가가 쓴 거야.""그런데? 이게 더 재미있다니까.""참나 쉽고 재미있는 게 다가 아니야.""이해도 안 된다며?""아 됐어. 나 책 읽어야 돼.""형?""아 왜!""형 병신이야?"
덧없고 덧없도다. 하나, 사랑이란 애초에 번식을 위한 교접까지 이르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둘, 남성에게 교접이란 사정의 순간 짧은 쾌감과 그에 이어지는 허무와 소진에 다름없다. 셋, 사랑에 소모되는 자원과 감정을 다른 곳에 쏟을 수 있다면 인류는 좀 더 진보할 수 있었으리라. 이렇게 글을 마친 형이상학자는 이내 글을 실천으로 옮겼다. 최소한의 소모를 위해 야동을 켜고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약 10여분 뒤 바지를 올리는 형이상학자의 눈가는 왠지 모를 슬픔과 회한이 눈물로 맺혀있었다.
그날을 위한 1년 간의 준비. 전 세계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하는 일이기에 그는 적당히 하는 법이 없다. 그는 우선 북극곰의 새하얀 털가죽을 벗겨 코트를 만들어 입었다. 그리고 사슴사냥을 시작했다. 크고 튼튼한 놈은 길들이고 약한 놈은 먹었다. 그런 와중에 새하얀 북극곰 코트는 사슴의 피로 물들어 빨갛게 변했다. 마침내 다가온 디데이, 그는 길들인 사슴들에 멍에를 달고 썰매를 끌게 했다. 그가 채찍을 휘두르며 외쳤다. “출발! 메리 크리스마스! 호우! 호우!”
A는 독서광이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 B도 독서광이다. 한 권을 오래도록 읽고 분석한다. C는 독서하지 않는다. A는 C가 무식한 새끼라며 상종도 안 한다. B는 C는 물론 A도 무식한 새끼라며 상종도 안 한다. C는 자신과 달리 책을 많이 읽는 A와 B를 존경한다.
수산시장을 구경하던 A는 어쩌다 수조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에서 팔딱거리는 고등어를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곁에 있던 B가 왜 그러냐 묻자 A가 답했다. "나는 가끔 생각해. 나란 놈은 어쩌다 뭍에 내동댕이쳐진 고등어가 아닐까.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펄떡거리지만 어차피 그냥 그러다 죽어버리는 거지. 그리고 그게 당연한 거야. 왜냐하면 나는 고등어니까. 푸른 바닷물 속에서는 니 새끼들보다 훨씬 날쌔지만 여기서는 어쩔 수 없어. 여긴 바다가 아니니까."B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그건 걱정 마. 그냥 그런 것 같은 거지, 네가 진짜 고등어는 아니거든." 말을 마친 B가 고등어를 잡아 수조에 다시 넣는 상인에게 물었다."아자씨? 고등어회 한 사라에 얼만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