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34. 불 본문
김씨의 집에 불이 났다. 김씨는 활활 타들어가는 집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 울며 불며 저걸 어쩌냐며 난리를 피웠다. 그러자 곁에서 그를 지켜보던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식인이며 언제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최씨 아저씨'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미 당신의 집은 대부분 타들어갔고 아무것도 건질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소리를 친다고 불이꺼질까요? 불은 산소의 공급이 계속 되는 한 계속 타오릅니다. 이렇게 건조한 날씨와 당신 집의 위치로 보아 불은 매개물을 완전연소할 때까지 꺼지지 않을 겁니다. 소방차가 와도 이미 늦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다고 불이 꺼질까요? 당신은 재산과 함께 체력도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당신의 그런 과도한 감정 표현은 비합리적인 것이고 비논리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당신에게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며 과연 불이 언제쯤 사그라들 것인지에 대해 저와 토론할 것을 제안.."
퍽!
최씨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김씨가 최씨의 귓방맹이를 후려쳤기 때문이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발새끼가 뭐라는 거야. 안 그래도 씨발 존나 열받아 뒈지겠는데."
최씨는 고막이 터졌는지 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당신의 행동에 관해 다시 한번 정신분석학적 관점과 유럽 선진국의 예를......"
최씨는 더는 말할 수 없었다. 김씨는 물론 주변에서 모두 함께 합세해 그만 닥치라며 최씨를 두들겨팼기 때문이다. 존나게 얻어맞고 기절한 최씨를 향해 김씨가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씨발새끼 이제 좀 속이 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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