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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귓방맹이 본문

존짧소(존나짧은소설)

31. 귓방맹이

TripleGGG 2020. 2. 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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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영희의 관계는 비밀이다. 다만 철수와 영희는 서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믿는 그런 관계다. 둘은 주기적으로 만난다. 영희는 철수를 만날 때마다 귓방맹이를 친다. 어찌나 찰지게 후려갈기는지 철수는 그때마다 고막이 터진다. 그리고 그 상처가 다 아물고 귀가 들리기 시작하면 다시 영희를 만난다. 그렇게 몇 년 이어지는 관계. 철수는 고막이 터진 또 다른 어느날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다음에 또 고막이 터지면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할 겁니다."

철수는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귀가 들리기 시작했다. 영희를 만났다. 

"나 이번에 고막 터지면 다시는 듣지 못한대."

"그래? 이미 한쪽 귀는 먹었으니까 완전 들리지 않게 되겠네."

"응."

"어쩌지?"

"글쎄."

"나 사랑해?"

"당연하지."

"그래."

"그래."

영희는 철수의 귓방맹이를 후려갈겼다. 그렇게 철수는 귀머거리가 되었고, 다시는 영희를 만날 수 없었다. 한달 뒤, 철수는 영희가 다른 남자의 귓방맹이를 후려치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어서 의술이 좀 더 발달해 다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다시 영희에게 귓방맹이를 처맞을 수 있을텐데.... 다시, 사랑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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