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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그 국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연 무분별한 성폭행이었다. 그 국가의 남성들은 유난히 성욕을 참아내지 못했고, 발정난 개새끼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자를 덮쳤다. 여성들의 피해는 물론이요,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줄을 이었지만 그렇다고 성폭행을 저지르는 자를 모두 붙잡아 처벌하자니 활기왕성한 나이대의 남성들 거의 대부분인지라 국가의 생산성 하락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베이션이라고 했다. 베이션은 남성들이 스스로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방법 일명 '딸딸이'를 전파했다. 딸딸이는 참으로 놀라웠다. 상대 없이도 욕구해소가 가능하니, 굳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하여 성행위보다 훨씬 쉽고, 체력소모도 적으며 어느 때 어느..
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병수를 놀리곤 했다. "병신 진짜 웃기게 생겼다.", "이 새끼 진짜 존못탱!" 그러면 병수는 그냥 "왜 그래. 나 병신 아니야.", "하핫! 존못탱? 그게 뭐야." 하면서 웃어넘기곤 했다. 태현은 마냥 착한 병수가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태현이 폭발했다. 놀리던 아이들 앞을 막아섰다. "야이 씹쌔끼들아. 병수 그만 괴롭혀! 그만 괴롭히라고!" 그때 뒤에서 누군가 태현을 툭 건드렸다. 돌아보니 병수였다. 좀 이상했다. 항상 미소로 가득하던 얼굴에 또렷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병수가 다짜고짜 태현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리곤 말했다. "난 괴롭힘 받은 적 없는데, 왜 나서서 지랄이야? 미친새끼네 이거."
이국의 해변가, 한 남자가 B의 눈에 들어왔다. 잘 다져진, 적당한 근육이 오른 보기 좋은 몸매다. 무엇보다 비율이 좋다. 얼굴은 또 어떤가? 잘 생겼다기보다는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B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적인 세련된 얼굴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남자는 혼자였다는 거다. 한참을 지켜보았지만 분명 남자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선베드에서도 내내 혼자였고, 해수욕도 혼자 즐겼다. 나홀로 휴가를 온 멋진 남자. B는 용기를 냈다.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혼자 오셨나요?" "네. 그런데요?" "저도 혼자인데 실례가 안 되면 혹시 음료라도 한 잔 같이...." 남자가 난처한 표정으로 B의 말을 잘랐다. "아...... 저 감사하지만 저 유부남입니다." B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머, 죄송해..
A는 B라는 사람을 살해했다. 술자리에서 깨진 유리병을 흉기로 사용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A는 도주를 하기 위해 주차된 차를 한 대 훔쳤다. 그렇게 도망을 치다가 사람을 다섯 치어 죽였다. 결국 잡힌 A는 재판을 받았고 술을 먹다 말다툼 끝에 홧김에 B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증언, 증거과 증인, 현장의 감시카메라 모두 명백했다.그리고 A는 무죄를 받았다.더하여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한 배심원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개중엔 감동 받아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판사의 판결을 요약하자면 이렇다."A는 무죄입니다. 왜냐하면 A에게는 자식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A는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세계, 그야말로 유토피아가 펼쳐졌다. 세상은 너무 평등해진 나머지 평등이란 단어 자체가 쓸모가 없어져 사전에서 지워졌다. 모든 것은 5:5였다. 대표적으로 전 인류의 숙원, 무슨 일이든 무조건 남녀성비 5:5 할당제가 이뤄졌다. 심지어 이제 강도들도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남녀 쌍으로 다녔는데 살인보다 큰 죄가 5:5 할당제를 지키지 않는 것(무조건 사형)이기 때문이었다. 할당제는 더욱 발전했다. 아이를 낳을 경우엔 첨단 기술을 이용해 무조건 남녀 하나씩 낳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다. 인구도 5:5로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흐른 뒤, 지구에는 남자도 여자도 사라졌다. 자지도 보지도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지도 보지도 아닌 괴상한 기관이 달린 이족보행하는 짐승이 남았는데 그..
연신 거들먹거리며 A가 말했다."한국남자들은 전부 병신이야. 잠재적 강간범들이지. 물론 난 한국여자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해. 잠재적 꽃뱀들이야. 뭐 굳이 말하자면 둘다 병신같지."그 말을 들은 B가 답했다."뭐 글쎄, 한국남자와 한국여자를 일일이 다 만나보지 못해서 그들이 대체로 어떤지는 알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뭔데?""네가 병신이라는 거 이 븅신새끼야."
고등학생 영태는 길을 걷다가 실수로 똥을 밟았다. 너무 늦어서 그 상태로 그냥 학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이 똥냄새가 난다며 저리 꺼지라고 했다. 영태는 참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영태는 이제 걸어갈 때 바닥에 똥이 있는지 잘 보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고, 친구들에겐 냄새 풍겨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음 날, 영태는 아무 일 없이 등교했다. 전날과 달리 친구들은 모두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병신 중에 상병신'이라 불리던 후식이가 갑자기 영태에게 다가와 손가락질하며 "에이 똥냄새 나는 새끼!"라고 욕했다.영태는 꾹 참았지만, 주변에 있던 친구들은 참지 못했다. 후식을 쥐어패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왔다. 아이들을 겨우 떼어놨다. 후식이 코와 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자초지종을 설..
어떤 부부가 있었다. 결혼을 하고 1년까지는 그래도 다른 부부만큼 섹스를 했다. 그러나 점차 시들해지더니 결국 이 부부는 섹스를 하지 않게 되었다. 속칭 '섹스리스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불만갖지 않았다. 여전히 서로 사랑했다. 이상하게도 남편은 아내에게 발기하지 못했고 아내 역시 젖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여전히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어느날 밤, 남편은 포르노를 보며 발기를 했고 사정직전에 손을 멈추었다. 아내는 포르노를 보며 촉촉하게 젖었다. 적절한 순간 남편은 아내에게 달려갔다. 부부는 원하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둘은 여전히 섹스하지 않는다. 그러나 둘은 여전히 서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