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존짧소(존나짧은소설) (68)
<복덕방>
정의의 사도로 태어나 정의를 위해 죽겠다는 각오로 살아가는 정의의 화신, 박십새. 십새는 이날도 열심히 부당한 일을 당한 이들을 위해 시위하고 연설했다. “여러분 부당한 일이 있다면 참지 말고 투쟁합니다! 혁명을 일으킵시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응원하고 존경했다. 그렇게 십새는 나중에 정치지도자 자리에까지 올랐고 끝내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기에 이르렀다. 십새의 코앞에 사회, 군사, 외교, 경제 등 복잡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전 국민이 TV앞에 앉았다. 십새는 단상 위에서 자신과 확신에 찬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 . “여러분 부당한 일이 있다면 참지 말고 투쟁합니다! 혁명을 일으킵시다."
두 남자가 거꾸로 포개진 자세로 서로의 좆을 빨고 있었다. 하나는 씹쌔끼고 또 하나는 개새끼였다. 둘은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 좆빠는 순간 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잊을 수 있었다. 하나는 씹쌔끼고 또 하나는 개새끼라는 사실을. 둘은 언제까지고 사정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죽을 때까지 서로 좆이나 빨아주다가 뒈졌으면...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씹쌔끼와 개새끼는 울면서 서로 좆을 빨아주었다.
김씨의 집에 불이 났다. 김씨는 활활 타들어가는 집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 울며 불며 저걸 어쩌냐며 난리를 피웠다. 그러자 곁에서 그를 지켜보던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식인이며 언제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최씨 아저씨'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미 당신의 집은 대부분 타들어갔고 아무것도 건질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소리를 친다고 불이꺼질까요? 불은 산소의 공급이 계속 되는 한 계속 타오릅니다. 이렇게 건조한 날씨와 당신 집의 위치로 보아 불은 매개물을 완전연소할 때까지 꺼지지 않을 겁니다. 소방차가 와도 이미 늦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다고 불이 꺼질까요? 당신은 재산과 함께 체력도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당신의 그런 과도한 감정 표현은 비합리적인 것이고 비논..
병신촌 촌장은 개새끼다. 툭하면 마을사람들을 줘패고 돈을 빼앗았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다들 내 남편보고 개새끼라 할 거면 옆마을 촌장을 좀 보세요. 씹쌔끼니까.” 병신촌의 병신들은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연 그랬다. 옆마을 촌장은 씹쌔끼였다. 행패도 더 심하고 돈도 더 빼앗았다. 그렇게 병신촌의 병신들은 오늘도 촌장 개새끼에게 두들겨 맞고 돈도 뺏긴다. 옆마을 촌장이 씹쌔끼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며.
20XX년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포르노가 합법화 되었다. 이날만을 꿈꿔온 존슨기 감독은 야심차게 그간 구상했던 영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그의 야심작 '자지가 보지로 돌격'은 심의기관의 무기한 상영금지처분을 받았다. 그가 항의하자, 심의기관에선 "제목이 너무 외설적이다." 라고 답해왔다. 그는 꾹 참고 제목을 '음경이 외음부로 돌격'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상영금지처분은 풀리지 않았다. 그가 또 항의하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심의기관의 관계자가 직접 나와 이유를 설명했다. "너무 야해서 안 돼요. 배드신도 너무 많고. 가릴 거 좀 가립시다." 존슨기 감독은 황당한 나머지 격분하여 따졌다. "아니 씨발! 포르노 찍는데 가리긴 뭘 가려!!! 이럴 거면 합법화는 왜 했어!?" 관계자는 갓끈을 고쳐가며 "..
철수와 영희의 관계는 비밀이다. 다만 철수와 영희는 서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믿는 그런 관계다. 둘은 주기적으로 만난다. 영희는 철수를 만날 때마다 귓방맹이를 친다. 어찌나 찰지게 후려갈기는지 철수는 그때마다 고막이 터진다. 그리고 그 상처가 다 아물고 귀가 들리기 시작하면 다시 영희를 만난다. 그렇게 몇 년 이어지는 관계. 철수는 고막이 터진 또 다른 어느날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다음에 또 고막이 터지면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할 겁니다." 철수는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귀가 들리기 시작했다. 영희를 만났다. "나 이번에 고막 터지면 다시는 듣지 못한대." "그래? 이미 한쪽 귀는 먹었으니까 완전 들리지 않게 되겠네." "응." "어쩌지?" "글쎄." "나 사랑해?" "당연하지." "그래." "..
진호는 전교꼴찌다. 그의 친구 해진은 어느 날부터인가 전교꼴찌 진호의 행동이 이상하게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화장실만 가면 손을 5분이 넘게 씻고, 오줌을 누면 100회 이상 곧휴를 털어댔다. 해진은 그냥 그러려니하다가 아무래도 궁금해서 물었다. "진호야 왜 그렇게 손을 오래 씻고 오줌만 싸면 그렇게 털어대냐?" 대충 얼버무리던 진호는 해진이 집요하게 묻자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하듯 속삭였다. "내가 전교꼴찌라서 성적 좀 올려보려고." "응? 그게 무슨 뜻이야?" "너 창현이 몰라? 전교 1등." "아는데?" "걔가 이렇게 해. 터는 횟수는 아직 부족해 좀 더 열심히 털어야겠어." 진호는 말을 마치더니 다시 화장실로 갔다. 해진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래서 꼴찌구나...."
A씨는 참 훌륭한 사람이야. -왜요? A씨는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돕지.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들, 소외된 사람들 말이야. 그런 분들을 위해서 기부도 하고 직접 찾아가서 보살피기도 하고 참 대단한 사람이야. -그 사람 왜 그런데요? 응? 그 사람 항상 그랬어. 기부 많이 하고 사람들 돕는 빌 게이츠나 뭐 척 피니? 그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더라고. -그래요? 음....... 훌륭한 사람인 건 대충 알겠는데 그게 올바른 일을 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 참나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게 아니라 A씨 엊그제 죽었잖아요. 굶어죽었다던데요? 처자식도 전부 같이요. 남 도울 돈은 있어도 자기 처자식 먹일 돈은 없었나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