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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

TripleGGG 2019. 11. 20. 16:56

본질적으로 소설은 알다시피 이야기다. 스토리다. 그러한 관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이렇다. 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그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며 그것이 또한 합당한 소설이다.

캐릭터, 배경, 대사, 묘사, 문체 등등등 소설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반드시 이야기의 도구로서 쓰여야 한다는 거다.

생생한 캐릭터, 절절한 배경 묘사, 예쁘고 보기 좋은 문장, 놀라운 인문학적 지식, 뛰어난 세태반영 풍자, 깊이 있는 철학이든 뭐든 간에 그것이 이야기와 동떨어져 있다면, 그와 관계없이 쓰인다면 그 소설은 기본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작가의 허영심만을 드러낸, 최악의 경우 쓰레기가 된다.

내가 미문주의니 뭐니 하는 걸 개극혐하는 이유가 이거다. 씨발 갑자기 혈압오르네. 이야기랑은 좆도 관계 없는 예쁘고 그럴싸해 보이는 현학적 문장만 나열하면 그게 씨발 소설이냐? 그냥 말그대로 잡문집이지 씨발. 그리고 묘사가 절절하고 캐릭터가 생생하면 뭐해 개 염병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있는데 씨발. 

소설을 보는 건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만끽하기 위함이지 그걸로 철학공부하고 과학공부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아름다운 문장에서 느끼는 쾌감도 인정하며, 이야기에 필요한 적절한 지식은 그 이야기에 핍진성을 부여하기에 필요하지만 그 '필요한 것 이상'의 나열과 깊이는 다시 말하지만 작가의 허영, 과시욕에 불과하다. 과학, 철학, 인문학, 수필, 잡문집 책 다 따로 있잖아. 뭘 씨발 소설에까지 지랄염병하고 있어. 그런 소설 종종 보이고 심지어 존나게 빨리기도 하니까 하는 말이다.

여기까지 개인적 생각이고 뭐 아닐 수도 있는데, 특히 대한민국처럼 책 안 읽는 사회에는 저런 부류의 본질에서 어긋난 소설은 독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에서 멀어진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가 존나 없기 때문이다. 재미 없는 소설이 빨리면, 어쩌다 소문 듣고 책을 펼친 독자에게 실망감을 준다. 이내 실망한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봤는데 여윽시 존나 노잼, 유튜브가 짱이여~" 하게 되는 거다. 

좋은 소설 편 끝. 다음 번엔 정신 똑바로 박힌 새끼가 보는 인문학 서적이라는 주제로 쓸 거니까 그거는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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