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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옥자> 후기, 스포 있음

TripleGGG 2017. 7. 2. 01:21


뒤늦게 옥자를 봤다. 당연 넷플릭스를 통해 아무런 제약도 광고도 없이 추가요금 없이 잘 봤다.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미란도 라는 축산기업의 CEO 루시가 유전자합성 슈퍼돼지를 개발한 뒤 자연에서 나온 돼지라고 마케팅하기 위해 각국의 낙농인에게 아기돼지를 키우게 하면서 시작 된다. 10년 뒤 한국에서 길러진 옥자가 최고의 슈퍼돼지로 선정되고 옥자를 데려간다. 미자는 옥자를 찾으러 나서고 동물해방전선이 옥자를 돕는다. 그리고 옥자는 숱한 고난 끝에 결국 미자에게 돌아온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옥자가 끌려간 뒤 기업형, 공장식축산시스템 하에서 도살 위기를 맞는 시퀀스다. 거기서 미자는 수많은 돼지들이 차례대로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영화는 내내 미자와 옥자의 교감을 강조한다. 즉 돼지라는 가축에게 정서적 능력과 나름의 지능이 있음을 보여주고, 그러한 존재를 식도락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강제교배(강간)시키고, 죽여서 몸을 조각 내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자연스레 성찰의 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물론 평소 동물해방운동에 상당한 관심이 있고, 피터 싱어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이러한 봉준호의, 영화 옥자의 시도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다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얕은 접근이었고 실제보다는 덜 잔혹하게 표현된 것 같다. 

물론 옥자라는 영화의 가치를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봉준호라는 걸출한 감독은 동물해방이라는 어찌보면 난해한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주 무겁지 않게 표현한 것이라 본다. 또한 영화의 서사는 언뜻 단순하고 설정은 미약한 듯 보이나 집중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이며 영화의 재미 또한 그의 전작들처럼 차고 넘친다. 

결론적으로 동물해방론자의 관점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나 이 영화는 아주 재미있는데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요즘 옥자를 거부한 멀티플렉스들에 주구장창 걸려있으며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영화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영화라는 것이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이 굳이 돼지를 모델로 삼은 것, 그리고 조지 오웰 또한 동물농장에서 돼지를 지도자로 삼은 것 역시 같은 이유가 아닐까? 다름이 아니라 돼지의 지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이며 정서적인 능력 또한 그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싱어의 동물해방에도 언급돼 있는데 돼지는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으며, 개 못지 않을 정도로 단순명령에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고통에 기겁하고 비명을 질러댄다. 다만 우리가 배터지게 먹어야 되니까 그를 모른 척할 뿐이다.

뭐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고기도 어느 정도 먹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어느 정도면 된다. 조금 줄인다고 크게 건강에 해롭지 않다. 그냥 고기 먹는 거 조금만 줄이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 난 사람들이 이 정도 마인드만 가져도 수천만 마리의 동물이 고통과 정신병에 시달리다 죽는 날만 기다릴 일은 없어질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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