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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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옹졸함, 바보스러움의 좋은 예

TripleGGG 2017. 7. 9. 22:38

오늘의 명문, 쇼펜하우어의 글 중 옹졸한 인간에 대한 언급이 있다. 옹졸한 인간이란 쇼펜하우어 시절 말하던 오성, 즉 직관적 인지학습능력, 결과를 보고 즉각적으로 원인을 유추하는 동물과 인간이 가진 매우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하여 모든 일에 '이성'만을 사용한 나머지 바보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 거기에 딱 들어맞는 예를 발견했다.

70대 버스 기사가 잔돈이 없으니 뒷차를 이용하라는 말에 격분한 한 남자가 버스 기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그 기사에 관한 댓글을 한 번 보길 바란다.

폭행한 가해자와 얻어맞은 피해자가 빤히 존재하는데 뜬금없이 '전적'인 잘못이 버스회사에 있다고 걸고 넘어진다. 저 글을 쓴 자와 추천을 누른 이들은 마치 이것이 사건의 본질인 냥 자신의 통찰인냥 자만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실상 매우 바보스러운 댓글이 아닐 수 없다.

'이성'을 이용한 글이기에 글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책임에 대해 논하고 비판을 가하려면 당연히 다음 버스 타라는 말에 흥분하여 다짜고짜 버스기사를 무차별 폭행한 씹새끼를 먼저 걸고 넘어져야 하고 그게 이성이 작동하기 전에 우리의 직관이 하는 일이다. 헌데 직관능력이 얼마나 부실하기에 저렇게까지 머리를 굴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 댓글은 마치 모든 인간이 버스기사가 다음 버스 타라고 하면 무차별 폭행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것처럼 논하고 있다. '그것도 문제지만' 잔돈을 많이 주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버스회사에서 잔돈을 마련했는데 당일 예상금액을 초과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사람을 저렇게 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런 논리로 댓글 달자면, 그 사람이 평소 여유가 없어 분노를 자제할 수 없는 성격을 형성한 사회도 욕할 수 있고, 성장, 교육과정을 욕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저 기사의 본질은 때린 새끼가 개새끼이고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 뜬금없는 버스회사 보이콧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놀라운 건 저 댓글이 엄청나게 추천을 먹었다는 것이다. 가만보면 요즘은 그냥 대충 앞뒤만 맞는 색다른 개소리를 하면 거기에 공감하고 추천 박는 게 유행인 거 같다. 넘쳐나는 정보와 개드립의 홍수 속에 올바른 이해력과 판단력을 갖추기가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 같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에서만 찾아보지 말고, 도서관 가서 수많은 감수는 물론 역사의 검증을 거친 책들을 가끔이라도 찾아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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