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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정답이 존재하는 일이 얼마나 되냐

TripleGGG 2015. 12.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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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수학풀이와는 다르다. 세상을 살다보면 확실히 결론을 내릴 있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헌데 가만보면 나도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정답이 존재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아이유의 제제논란에서 나는 더욱 그런 경향을 느꼈다. 물론 저질비방과 아동성애에 대한 말 같지 않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무엇보다 출판사의 태도에 반응하는 전부는 아닌 일부 대중의 반응에서 그런 면모를 보았다. 


출판사가 책의 해석에 대한 정답을 제시했다. 이미 원 저자는 작고했다지만 암튼 책의 저자가 유감을 표명한 것도 아니고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해석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고 작품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얼토당토 않다며 유감표명을 한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이 시점에서 존나 별 되도 않는 병신같은 소릴 한다고 생각했다. 집중포화를 맞고 사과나 하겠구나 싶었는데 이게 왠걸 그것이 제제 논란의 시작이자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책에 대한 해석과 연상은 오롯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읽으면서 패러디 포르노를 떠올리든 말든 그건 독자의 몫이다. 그렇게 해석에 정답을 고집하고 싶으면 저자 혼자 읽고 보면 된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어선 안 된다. 하물며 고전은 어떨까? 


아이유가 파급력을 가진 공인이든 뭐든 간에 우선 책을 읽고 제제를 보며 영감을 받아 곡을 썼으면 적어도 아이유의 작품 속 캐릭터 해석에 대해 테클을 걸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대중은 너무 쉽게 출판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들이 제시한 정답을 아이유를 까는 하나의 근거로 삼았다. 고전 문학작품의 해석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 황당함에 더해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긴 출판사와 그걸 또 좋다고 떠받들어 주는 일부 대중은 앞으로도 계속 정답을 찾으며 살기 바란다. 어차피 존재하지도 않는 걸 찾는 삽질일 테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그런 대중의 심리를 변론하고 좀 더 파헤쳐보자면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교육시스템의 문제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극단적 비교로 유명한 프랑스 대입시험인 바깔로레아의 철학시험을 들 수 있다. 일종의 논술인데 철학적 고민을 문제로 출제한다. 예를 들면 '사고는 환경의 반영일 뿐인가?' 이런 거?


바깔로레아 철학시험에 응시했던 학생의 인터뷰를 보았다. 철학적 문제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도출해나아가며 모든 일에 흑백이 아닌 중간, 다양한 사고와 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반면 우리의 시험은 어떤가? 학습은 어떤가? 주입식 교육, 사지선다, 무언이든 정답이 존재하고 정답을 맞추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받았고 그런 시험에 익숙해졌다. 정답을 알려주는 자의 권위를 쉽게 인정하고 의심하려들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관점은 세상 일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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