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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사드,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中

TripleGGG 2016. 11. 19. 20:39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는 말 그대로 두 사람의 대화를 다룬 작품으로, 사드의 무신론적 유물론 개념을 깔끔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한 편의 짧은 희곡이다. 여타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사드적인 관념이 주를 이루는데 분명한 것은 아주 강한 설득력은 기본, 약간의 극단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아주 심오한 사드만의 철학적 고찰을 엿볼 수 있다. 오늘의 문장은 그 일례로써 그의 깊은 고뇌가 놀랍게도 죽음에 관한 현대 물리학적 사고를 유추해낸 문장이다. 사제가 죽어가는 자에게 삶의 끝에 뭐가 있냐며 무슨 이론을 가졌냐며 따지자 죽어가는 자는 무의 이론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여보게, 세상에 소멸하거나 파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오늘은 인간, 내일은 벌레, 모레는 파리일 뿐, 여전히 존재는 유지되는 것 아닌가?"


참으로 놀랍다. 무려 18세기에 이토록 진보한 의식이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두뇌 속 신경의 작용을 유추해낸 것과도 비슷하다. 현대물리학적으로 다시 설명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호흡하는 우리는 죽지만 우리의 몸을 이루는 원자는 사라지지 않으며 반물질이라도 만나지 않는 한 그것이 무엇이든 영원히 그리고 무한히 재조합 될 거라는 것이다. 즉 사드는 무려 200년도 전에, 고전역학이 태동하던 시기에 진보한 논리적 통찰로 저러한 현대물리학의 양자역학적 사고를 유추해 낸 것이다.


실은 이 글을 쓰는 건 얼마 전 봤던 waxwork라는 영화 때문인데 사드를 마냥 변태로만 그려놓은 것에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야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분명 그를 설명하기에 변태보다 올바른 표현은 작가 혹은 철학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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