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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오늘의 명문은 전과 달리 좀 독특하게 두 거장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짧은 인간의 삶, 인생무상에 대해 작품 속에서 논한 것을 풀어본다. 어쩌다 도연명 시를 봤는데 사드의 소설 구절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고 있더라.ㅋㅋㅋ 먼저 사드의 악덕의 번영에서, 쥘리에뜨의 나폴리 순례 중 루클루스의 집터를 구경하며 쥘리에뜨가 곱씹는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다음, 사드와 달리 고풍스런 삶을 산 도연명의 시, 돌아가리라 中. 모든..
농업혁명 이후 정착생활을 하면서 인구는 폭증했지만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보다 훨씬 나약하고 신체발달도 후지게 변했다. 이는 동시기에 발견된 유골, 생물학적 증거의 존재로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수렵채집민이 신장이나 골격이 훨씬 컸다. 또 더 빠르고 힘도 더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심플하다. 수렵채집을 하며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던 우리 인류의 주요활동이 농업혁명으로 인해 농사 즉 밭에다 씨뿌리고 김매고 수확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도 운동이라 부르는 것들, 그러니까 근력과 지구력, 순발력을 향상시키는 달리기, 점프하기, 들기 등등은 수렵채집민의 움직임에 더욱 가깝다. 허나 농사는 어떤가? 비록 농사 역시 매우 힘든 일이나 그것은 운동이 아닌 노동에 가깝다. 땡볕 아래 천천히 허리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평소 내가 좋아하던 인문학, 유전생물인류학 및 철학 관련 저서들인 자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제3의 침팬지,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거기에 피터싱어의 동물해방 등등을 모두 뭉뚱그려서, 아주 쉽고 재미있게 잘 정리해준 책인 것 같다. 거기에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라는 제목을 붙인 결정적인 마지막 결론도 꽤 흥미롭고 말이다. 본인도 총균쇠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더라. 아무튼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강추하고 싶다. 지금 내가 빠져 있는 현실적인 고민과 불안에 본질적인 답을 줄 수도 있다. 각설하고 오늘의 명문으로 꼽은 것은 총균쇠에도 여러번 언급된 사기극에 관한 명문이다. 다름아닌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이라는 인류 역대 ..
풍자와 해학이 뭔지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심지어 그의 이름과 작품명을 딴 옷 브랜드도 있는 18세기의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볼테르의 대표작 -깡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그냥 심심할 때 펼쳐보면 좋은 책이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다. 혹 대철학자의 명저라는 이야기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깡디드라는 이름의 낙관주의자, 청년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불행을 겪고, 벼라별 미친 개또라이들을 만나며 삶과 철학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그런 깡디드의 엔딩부분 모험을 마친 깡디드가 끝까지 말이 존나게 많은 그의 철학선생 팡글로스의 개드립에 개소리 말고 밭이나 가꾸자고 한다. 그러자 팡글로스도 동의하며 에덴동산에 인간을 데려다놓은 게 그곳을 경작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거기서 끼어드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