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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인간이 당대의 명예와 명성을 누리기 위해 가장 중요하며 필수적인 조건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그것은 재능과 노력이라고 답한다. 나 또한 그러길 바란다. 그러나 사실 정답은 따로 있다. 그것은 운, 혹은 우연이다.물론 재능과 노력이 갖춰진 자에게 운이 따르는 것이라는 말도 맞다. 그러나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재능과 노력이 갖춰졌는데 운이 따르지 않는 자와 일말의 재능도 노력도 부재한 자에게 벼락처럼 운이 들이닥친다고 해보자. 대개 여기서 명예와 명성은 후자에게 돌아간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신체능력을 겨루는 스포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한 스포츠는 운이 개입할 여지가 '그나마' 적은 곳이다. 특히 자랑할 만한 육체의 재능을 타고난 자가 노력을 경주하여 인간능력의 극한을..
지난 일요일 무려 MBC생중계를 통해 방송된 파퀴아오 vs 브래들리 3차전에서 파퀴아오가 판정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이 경기는 파퀴아오가 직접 은퇴전이라 밝혀 더욱 관심이 뜨거웠던 것 같다. 요즘 세계복싱 탑랭커는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고 본다. 어떻게든 상대를 때려눕혀 이기려고 하는 복서가 있고, 그냥 좀 더 때리고 덜 맞아서 지지만 않으려는 복서가 있다. 이기려는 것과 지지 않으려는 것은 같은 승리를 지향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경기양상으로 나타난다. 파퀴는 그의 커리어 내내 늘 전자였다. 상대를 쓰러트리고, 이기려는 복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며 공격력이 떨어졌건, 움직임이 느려졌건, 좀 더 수비적이 됐건 간에 그건 변하지 않았다. 파퀴아오 지지않기 위해서가 아닌 이기기 위해 캔버스 위에 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