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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도대체가 이게 무슨 난장판인지 알 수가 없네. 거기다 저걸 응원까지 하는 놈들도 있던데 존나 이해 안가네. 한국이든 중국이든, 위정자, 정치인, 공직자들이 병신같은 개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왜 거기에 일반 서민들이 증오와 혐오심리로 발을 맞추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 그냥 우리는 하던 거 잘 하면 되고, 위정자새끼들도 하던 거 잘하면 되는데 위정자 새끼들이 하던 거 제대로 안한다고 왜 우리까지 그래야 함? 현대의 위정자들은 국민과 일반서민이 아무 걱정 없이 안전하고 잘 먹고 잘 살게 돕는데 그 존재가치가 있지, 싸움과 증오를 부추기고 감정을 주도하는 전쟁의 신이나 독재군주가 아니다. 왜 내가, 우리가 거기에 놀아나야 되는데? 도통 모르겠네. 지금 내가 알파고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는 말 그대로 두 사람의 대화를 다룬 작품으로, 사드의 무신론적 유물론 개념을 깔끔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한 편의 짧은 희곡이다. 여타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사드적인 관념이 주를 이루는데 분명한 것은 아주 강한 설득력은 기본, 약간의 극단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아주 심오한 사드만의 철학적 고찰을 엿볼 수 있다. 오늘의 문장은 그 일례로써 그의 깊은 고뇌가 놀랍게도 죽음에 관한 현대 물리학적 사고를 유추해낸 문장이다. 사제가 죽어가는 자에게 삶의 끝에 뭐가 있냐며 무슨 이론을 가졌냐며 따지자 죽어가는 자는 무의 이론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여보게, 세상에 소멸하거나 파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오늘은 인간, 내일은 벌레, 모레는 파리일 뿐, 여전히 존재는 유지되는 것 아닌..
오늘의 명문은 전과 달리 좀 독특하게 두 거장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짧은 인간의 삶, 인생무상에 대해 작품 속에서 논한 것을 풀어본다. 어쩌다 도연명 시를 봤는데 사드의 소설 구절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고 있더라.ㅋㅋㅋ 먼저 사드의 악덕의 번영에서, 쥘리에뜨의 나폴리 순례 중 루클루스의 집터를 구경하며 쥘리에뜨가 곱씹는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다음, 사드와 달리 고풍스런 삶을 산 도연명의 시, 돌아가리라 中. 모든..
사실상 사드의 저서 중 가장 추천하기 힘든, 가학적이고 변태스런 온갖 행위들을 글로나마 제한없이 써제껴보고 싶어서 쓴 것만 같은 소돔의 120일이지만 사드의 저서답게 수많은 철학적 내용, 수사적 문장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아는 작가들 중에 사드가 제일 글빨 좋은 것 같다. 미친놈이란 오명이 있지만 그거랑은 별개다. e북으로 나왔길래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e-pub이 아니라 pdf 형식인지 모르겠다. 보기 졸라 불편하다. 밑줄도 못 긋고, e북 좀 재정비해서 재출판했음 좋겠다. 아무튼 오늘의 명문은 그의 소설 소돔의 120일 중에 따왔다. 온갖 상스런 내용 안에 또 주옥 같은 명문이 많지만 직전에 썼던 리바이어던의 정당성에 관한 내용이 있기에 써본다. 진짜 거의 천..
미리 말해두지만 19금임. 다사다난한 삶 속에서 곱씹은 사상과 철학의 남다른 통찰과 깊이가 있어 단순개변태또라이로 치부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우리 사드 선생의 명저 악덕의 번영 중 발췌. 대도 테스타 보르자의 과거 이야기 중 그가 카타리나 여제에 의해 유배를 가게 됐는데 거기서 또 죽이 맞는 악당을 만나 똘똘 뭉쳐 악행을 담합하던 중, 한 아이가 아버지의 심부름을 위해 찾아온다. 이 악당들은 소년에게 욕을 보이고 먹어 치우더니 보르도밀이란 놈이 한마디 한다. "살인죄란 걸 만들었으면 고기를 먹는 습관도 금지했어야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정신으로 돼지를 도살하여 먹는 것엔 어떤 죄악도 인정하지 않는 인간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인간을 죽이는 일은 가장 큰 악이라고 믿거든. 이게 내가 진저리나게 혐오하는 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