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9> 사드, 소돔의 120일 中 본문
사실상 사드의 저서 중 가장 추천하기 힘든, 가학적이고 변태스런 온갖 행위들을 글로나마 제한없이 써제껴보고 싶어서 쓴 것만 같은 소돔의 120일이지만 사드의 저서답게 수많은 철학적 내용, 수사적 문장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아는 작가들 중에 사드가 제일 글빨 좋은 것 같다. 미친놈이란 오명이 있지만 그거랑은 별개다. e북으로 나왔길래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e-pub이 아니라 pdf 형식인지 모르겠다. 보기 졸라 불편하다. 밑줄도 못 긋고, e북 좀 재정비해서 재출판했음 좋겠다.
아무튼 오늘의 명문은 그의 소설 소돔의 120일 중에 따왔다. 온갖 상스런 내용 안에 또 주옥 같은 명문이 많지만 직전에 썼던 리바이어던의 정당성에 관한 내용이 있기에 써본다. 진짜 거의 천하의 개미친변태또라이악당인 브랑지스 공작이 법률에 관해 씨부리는 문구~
"난 법률 따위는 하찮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그런 형편 없는 도구는 나의 돈과 특권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거지. 법률 같은 건 하층민들을 응징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캬! 돈과 특권 앞에 무용지물인 법률이라고 자신 있게 떠드는 블랑지스는 실제로 온갖 범법을 저지른다. 이는 루이 14세 시절 전쟁으로 엉망이 된 프랑스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당시 프랑스가 국가로서 정당성을 상실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프랑스 혁명의 강력한 근거이자 시발점이 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국가가 정당성이 없으니 혁명은 필연인 것이다.
근데 이것만 쓰면 영 명문 같지 않아서 또 쓴다. 소돔의 120일에서 발췌-
-처벌 받지 않고 무사히 넘어간 최초의 범죄만큼 악인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없다.-
캬!! 미친 블랑지스가 제 어미와 여동생을 죽였을 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이후 그의 악당 테크트리는 착실하게 스킬을 찍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치안과 법률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드만의 방식으로 강조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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