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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내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 중 하나가 '동물해방'의 피터 싱어고, 그 영향으로 나도 한 때 채식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육식에 반대한답시고 멀쩡히 사람들 밥 먹고 있는 고기부페에 찾아가서 음식이 아니고 폭력이라고 피켓질을 하는 사람의 영상을 봤다. 누군가에게 제지되는 모습도. 그냥 딱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런 행위는 무분별한 육식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채식주의자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과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동물해방에 완전하게 반하는 행위가 된다. 피터 싱어도 그렇거니와 우리가 궁극적으로 반대하고자 하는 것은 육식이 아니다. 고통이다. 그런 관점에서 육식을 막기 위해 식사 중인 사람의 밥상을 뒤집으려 드는 행위는 분란과 증오를 조장하고, 그로 인한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뒤늦게 옥자를 봤다. 당연 넷플릭스를 통해 아무런 제약도 광고도 없이 추가요금 없이 잘 봤다.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미란도 라는 축산기업의 CEO 루시가 유전자합성 슈퍼돼지를 개발한 뒤 자연에서 나온 돼지라고 마케팅하기 위해 각국의 낙농인에게 아기돼지를 키우게 하면서 시작 된다. 10년 뒤 한국에서 길러진 옥자가 최고의 슈퍼돼지로 선정되고 옥자를 데려간다. 미자는 옥자를 찾으러 나서고 동물해방전선이 옥자를 돕는다. 그리고 옥자는 숱한 고난 끝에 결국 미자에게 돌아온다.무엇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옥자가 끌려간 뒤 기업형, 공장식축산시스템 하에서 도살 위기를 맞는 시퀀스다. 거기서 미자는 수많은 돼지들이 차례대로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영화는 내내 미자와 옥자의 교감을 강..
그들도 쾌락과 고통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며 때로는 원하고 때로는 피하려든다. 세상에 확실하게 악으로 규정하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고통이다. 동물해방은 그러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일환이 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개체에 대한 편애는 히틀러의 순혈주의와 다를 것이 없다. 논리적으로 취약하여 끝내는 자신들만의 가치, 신성함에 호소해야 한다. 진짜 동물해방은 그 어떤 논리적 비약도 있을 수 없다. 가끔 동물해방에 관한 말을 꺼내면 이것이 무조건적인 육식의 반대라고 생각하고 게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채식이야말로 운동가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맞다. 허나 진짜 개념 박힌 동물복지 운동가라면 무조건적인 육식의 반대가 아닌 합..
미리 말해두지만 19금임. 다사다난한 삶 속에서 곱씹은 사상과 철학의 남다른 통찰과 깊이가 있어 단순개변태또라이로 치부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우리 사드 선생의 명저 악덕의 번영 중 발췌. 대도 테스타 보르자의 과거 이야기 중 그가 카타리나 여제에 의해 유배를 가게 됐는데 거기서 또 죽이 맞는 악당을 만나 똘똘 뭉쳐 악행을 담합하던 중, 한 아이가 아버지의 심부름을 위해 찾아온다. 이 악당들은 소년에게 욕을 보이고 먹어 치우더니 보르도밀이란 놈이 한마디 한다. "살인죄란 걸 만들었으면 고기를 먹는 습관도 금지했어야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정신으로 돼지를 도살하여 먹는 것엔 어떤 죄악도 인정하지 않는 인간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인간을 죽이는 일은 가장 큰 악이라고 믿거든. 이게 내가 진저리나게 혐오하는 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