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18. 유부남 본문

존짧소(존나짧은소설)

18. 유부남

TripleGGG 2019. 4. 1.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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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해변가, 한 남자가 B의 눈에 들어왔다. 잘 다져진, 적당한 근육이 오른 보기 좋은 몸매다. 무엇보다 비율이 좋다. 얼굴은 또 어떤가? 잘 생겼다기보다는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B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적인 세련된 얼굴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남자는 혼자였다는 거다. 한참을 지켜보았지만 분명 남자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선베드에서도 내내 혼자였고, 해수욕도 혼자 즐겼다. 나홀로 휴가를 온 멋진 남자.

B는 용기를 냈다.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혼자 오셨나요?"

"네. 그런데요?"

"저도 혼자인데 실례가 안 되면 혹시 음료라도 한 잔 같이...."

남자가 난처한 표정으로 B의 말을 잘랐다.

"아...... 저 감사하지만 저 유부남입니다."

B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머, 죄송해요." B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열이 오를 정도로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했다. 또한 저토록 멋지고 지조있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대체 누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B는 호텔로 도망쳐 시간을 죽이다가 이날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란 걸 깨달았다. 잠깐 실수한 것뿐이다. 크게 잘못한 일도 없다. B는 그렇게 호텔을 나서서 클럽을 찾았다. 밤문화를 즐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B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이곳 클럽에 종종 보이는, 매춘부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남자의 모습, 분명 해변의 그 멋진 남자였다. 왠지 짜증이 난 B는 술기운도 올랐겠다 남자를 쫓아갔다. 그리곤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남자가 뒤를 돌아보자 따지듯 물었다.

"아니 유부남이라면서요?"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네. 그렇다니까요. 유부남이에요."

그렇게 답한 남자는 창부의 허리를 안은 채로 택시에 올랐다. B는 멍하니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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