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비밀을 공유하는 자들, 이것은 기회다.

박근혜X최순실 게이트 관계도 - 경향

우리는 몰랐다.

밤낮없이 야근하며 수당도 못 받는 직장인, 불공정한 노사관계, 노동개악, 물가와 발맞추어 오르지 않는 최저임금, 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나아가 조용히 책 한권 읽을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바쁜 사람들 그로 인해 하향평준화 되는 문화적 질과 수준까지 대체 뭐가 문제기에 이 모양 이 꼬라지인지 몰랐다. 우린 자학을 했고, 서로를 탓하기도 했으며 도피를 결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알았다.

 

이게 다 추악한 비밀을 공유하는 자들 때문이었다.

 

이 나라엔 이념도, 사상도 없다. 보수니 진보니 좌우로 갈라서 싸우는 것은 노예들의 쇠사슬 자랑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 나라에는 현혹되기 쉬운 멍청한 지도자와 그를 조종하는 탐욕스런 자와 그러한 추악한 비밀을 공유하고 이용하는 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무지몽매한 피학적 경향의 나약한 자들과 어처구니없게도 민주주의의 덫에 걸려 거기에 속절없이 끌려가던 선량한 대중이 존재할 뿐이었다.

 

추악한 비밀을 공유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하나의 수익모델로 삼았을 뿐이다. 거기에 투입되어 갈리고 소모되는 자원은 다름 아닌 이 국가의 국민들이며 그러한 자원은 소모품일 뿐이다. 그들이 인구의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그러한 소모품의 감소를 걱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비밀을 공유하는 자들은 보편적인 노력이나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탐욕스런 자의 비위를 맞추어 주면, 그들은 매년 400조의 세금이라는 화수분이 솟아나는 국가라는 수익모델을 이용해 제 비위를 맞춘 자들의 배를 불려준다. 이것이 되풀이 된다.

 

다수 대중은 쉽게 만족한다. 욕심이 없다. 탐욕스런 자들이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를 누릴 때 삼시세끼 밥만 먹으면 그저 다행이겠거니, 살만한 것이겠거니 생각한다.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지금 받는 임금이 그에 합당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것을 잘도 이용한다. 딱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먹인다. 대중은 거기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 쳇바퀴를 멈추면 당장 굶어죽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러한 피할 수 없는 구조를 설계했고 만들어 거기에 저항하는 이들을 낙오자 혹은 반역자로 점찍었다.

 

적어도 이제 우린 설마 했던 모든 일들이 진실이었음을 알게 됐다. 썩어문드러진 권력의 실체를 알았다. 나라살림에 쓰여야 할 천문학적 금액의 돈이 엉뚱한 곳으로 모조리 새어나갔음을 알게 됐다. 이것은 비관적이고 암울한 일이다. 모든 국민을 우울과 무기력감에 밀어넣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은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여가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선진국의 잠재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이 설계한 수익모델을 깨부수고, 새어나가던 돈을 바른 곳에 쓰이게 할 수 있다면 여기서 충분히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진정한 삶의 여유와 의미 또한 되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것은 앞으로 두고봐야 할 일이다. 

벌을 받을 자가 합당한 벌을 받고, 올바른 대안을 찾아 나아간다면 충분히 미래를 기대할 만하다. 허나 과거에도 그랬듯 벌을 받을 자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또 다른 추악한 자가 채우게 되는 일을 반복하게 되면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게 될 것이며, 다수 대중은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부심과 소속감마저 잃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름만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과오를 반복할 바에야 그게 낫다. 그러길 원한다.

ps. 오늘 최순실이 입국했는데 국정원도 몰랐단다. 경찰도, 검찰도 몰랐단다. 한 국민이 언론사에 제보했단다. 암울하다. 희망을 품기가 점점 힘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