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8>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中 본문

오늘의 명문

<8>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中

TripleGGG 2016. 5. 29. 01:53
반응형

오랜만에 쓴다.


얼마 전 강연도 들은 핑커님의 명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한 구절 따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 다는 못 읽었다. 아마 이 책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 엄청난 두께에 놀랄 것이 분명하다. 나도 대체 이걸 왜 상중하 세 권으로 안 나누고 한 권에 엮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들고 댕기면 이두박근 생길 만한 크기에 놀랐다. 더하여 그 방대한 분량을 차곡차곡 하나도 빠짐없이 주옥 같은 내용으로 채운 핑커님의 엄청난 '실력'과 깊이에도 놀랐다. 다른 좋은 저서도 많지만 이거 한 권 읽어보면 인간, 본성, 폭력 등에 대한 시각을 졸라게 확장할 수 있으니 추천한다.


아무튼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중 초반 나는 특히 폭력이 본성에 의거한 내적반동이 아닌 환경에 의한 전략적 반응이라는 핑커님의 해석에 상당히 큰 감명을 받았고, 거기에 더해진 각종 역사적, 통계적 근거와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폭력성의 감소에 초개체, 리바이어던, 즉 국가의 개입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오늘의 명문은 거기서 발췌.


'국가가 정당성을 얻는 핵심은 누구든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적도 법을 어기는 순간 처벌 가능성에 시달리게끔 체계가 짜여져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국가가 폭력을 억제하는 리바이어던으로써 정당성을 얻으려면 형법체계가 잘 짜여지고 법 적용이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거다. 이랬다 저랬다 예측 불가능이면 안 된다는 거다. 한마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따위의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거다. 


법이 멀어지면 사람들은 냉소주의자가 되고, 피해망상으로 발전해 자력구제의 정의가 법보다 효과적,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럼 어찌될까? 누가 뭘 훔쳐가면 경찰서에 신고안하고 쫓아가서 반쯤 죽이고 그 놈 집에 있는 물건 훔쳐온다. 그럼 또 그걸 지켜본 그 도둑놈 아들이 복수를 하러 오고, 또 내 사촌이 그걸 보고 또 그 도둑놈 아들한테 복수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존나 고담시티가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사회도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만큼 문명화가 잘 된 곳도 없고, 치안이 훌륭한 곳도 없지만 사법부와 경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상당하다고 본다. 그것이 언제 구체적인 자력구제 행위로 드러나게 될 수도 있다. 충분히 주변에 그런 사례도 존재한다. 과거 비리에 연루된 모 PD가 길에서 피습당한 사건처럼 말이다.


모 그래도 적어도 우리나라의 폭력에 관해선 난 여전히 낙관적이긴 하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