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농업혁명은 운동을 노동으로 엿바꿔 먹었다. 본문

잡설

농업혁명은 운동을 노동으로 엿바꿔 먹었다.

TripleGGG 2016. 4. 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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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 이후 정착생활을 하면서 인구는 폭증했지만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보다 훨씬 나약하고 신체발달도 후지게 변했다. 이는 동시기에 발견된 유골, 생물학적 증거의 존재로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수렵채집민이 신장이나 골격이 훨씬 컸다. 또 더 빠르고 힘도 더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심플하다. 수렵채집을 하며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던 우리 인류의 주요활동이 농업혁명으로 인해 농사 즉 밭에다 씨뿌리고 김매고 수확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도 운동이라 부르는 것들, 그러니까 근력과 지구력, 순발력을 향상시키는 달리기, 점프하기, 들기 등등은 수렵채집민의 움직임에 더욱 가깝다. 허나 농사는 어떤가? 비록 농사 역시 매우 힘든 일이나 그것은 운동이 아닌 노동에 가깝다. 땡볕 아래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움직인다. 근력과 순발력 따위와는 거리가 먼 되려 관절에 무리가 가는 움직임이다.


즉 우리 인류는 농업혁명이라는 꿀단지에 손을 집어 넣는 순간, 수렵채집을 안드로메다로 보냈고, 전 인류의 하루를 채우던 주요 활동을 운동에서 노동으로 바꾼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말하니 농업혁명이 무조건 나쁘다는 의미로 들릴 지도 모르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전에도 말했듯 농업혁명 덕에 수렵채집 시절 힘없고 느려서 다른 동물에게 먹히고, 동료에게 살해당하고, 결국 소멸해야만 하는 숙명을 가진 유전자들도 모두 살아남아 진화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도 후자일지 모르고(그럴 가능성 농후, 난 몸짱도 아니고 키도 작은 편) 그렇다면 농업혁명 덕에 이렇게 컴퓨터 켜고 블로그에 글을 싸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난 만약 인류가 농업혁명이라는 판도라의 박스를 오픈하지 않았다면 어땠을 지 그려본다. 헛짓거리지만 어쨌든 그려본다. 존나 치열한 삶인 건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생기지도 않을 수많은 일들 때문에 불안에 떨거나 우울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훨씬 인생이, 삶이 단순했을 것이고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미래는 혼돈 속에 있고 예측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절대로 알 수 없다. 인류는 또 다른 농업혁명에 이미 발을 들여놨을 지도 모른다. 그게 우주개발일지, 인공지능일지, 뭐가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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