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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복서, 제임스 버틀러. 본문

복싱

역대 최악의 복서, 제임스 버틀러.

TripleGGG 2016. 3. 18. 02:06

아마 이미 아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는데 복싱 카테고리에 복싱 뉴스만 다루면 재미가 없어서 이런 거도 쓰기로 했다. 제임스 버틀러라는 복서가 있었다. 1972년생, 전 미국 라이트 헤비급 복서, 전 USBA 슈퍼 미들급 챔피언, 최종 전적 20승 5패 12KO. 별명 "Harlem Hammer" 한국말로 풀어보면 할렘의 망치인데 이게 나중에 알고 보면 존나 ㅎㄷㄷ한 복선이다.


그럼 그런 그가 왜 최악의 복서가 되었는가? 일단 그가 처음 악명을 떨친 것은 2001년 11월 23일 맨하탄에서 열린 리처드 그랜트와의 경기에서 였다.


10라운드까지 경기는 꽤 치열하게 전개가 됐는데 매우 공격적으로 압박하며 파고들기만 하는 제임스 버틀러와 달리 리처드 그랜트는 상당히 방어적으로 복싱을 했다. 즉 포인트를 따 판정으로 이기기 위한 복싱을 했다. 마지막 두 라운드는 클린치를 하며 거의 도망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보니 경기 막바지, 버틀러의 얼굴엔 짜증스런 표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거기다 이 경기 전, IBF 타이틀 전이 있었는데 패배했던지라 이 경기에서 또 지게 되면 2연패 늪에 빠져 복싱커리어에 빨간불 상황이었던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판정은 아니나 다를까 그랜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랜트는 판정이 나온 뒤에 승자로서 패자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며 어깨를 감싸려는 순간 느닷없이 버틀러가 온힘을 다해 라이트 훅으로 리처드의 턱을 돌려버렸다. 진짜 존나 온 힘을 다해 존나게 쎄개 때린다.(죽은 줄...) 거기다 더욱 충격적인 건 버틀러가 글러브를 벗은 상태였단 것이다. 리처드는 맞자마자 실신했으며 경기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리처드 그랜트는 다행히 정신을 차렸지만, 턱이 탈구되었으며 혀가 찢어져 26바늘 꿰맸다.(잘렸다는 글이 많던데 그건 아니다.) 심지어 이날 경기는 두달 전 9/11 테러로 큰 고난을 겪은 경찰과 소방관들을 위한 자선경기였다.-_-;;;;;;;;;;;


언제 봐도 졸라 충격적인 장면 ㅎㄷㄷ 보면 알겠지만 때리려고 작정하고 있다.


제임스는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이 일로 복싱계에서 퇴출당했으며 폭행죄를 받아 뉴욕 Rikers Island 교도소에서 4개월형을 살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2004년 10월 17일, 작가 샘 켈러만의 시신이 그의 아파트에서 발견되었다. 피가 난자해 있었으며 범행도구로 보이는 피묻은 망치-_-가 함께 발견되었다.더하여 방화흔적까지. 누군가 켈러만을 죽이고 불을 질러 사고사처럼 보이게 위장하려했던 것이다. 샘 켈러만은 유명 복싱 애널리스트 맥스 켈러만의 동생이며, 제임스 버틀러의 10년지기 친구였다. 그의 아파트에 함께 머물던 버틀러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피묻은 망치 보고 왠지 경찰도 답이 딱 나왔을 거 같다. 어? 망치? 할렘의 망치? 그 새끼?


2004년 10월 27일, 제임스 버틀러는 샘 켈러만 살인죄로 체포됐다. 허나 그는 무죄를 주장했다. 또 제임스는 변호사를 고용해 조울증에 영향을 받은 거라고 했다. 찾아보니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뜬금없이 조울증 치료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검사들은 유일한 용의자인 제임스가 범인이라 주장하며 살인과 방화죄를 적용했다. 공방이 이어지다 마침내 2006년 3월 27일 제임스 버틀러는 샘 켈러맨 살인과 방화로 29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게 됐다.


thesweetscience에 기고된 글에 따르면 켈러맨은 버틀러가 복귀를 준비하며 운동을 하는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해주었는데 며칠 정도 있다 나갈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몇 주가 되고 버틀러는 나갈 생각이 없는 듯 보이자 좀 나가줄래? 이랬다고 한다. 버틀러는 자식과 여자친구 때문에 가뜩이나 골치아픈데 켈러만이 자신을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해서 홧김에 망치로 그의 머리를 내리쳐 죽였다고 한다.


한때 유망한 복서였던 할렘의 망치가 주먹이 아닌 진짜 망치를 휘두른 순간이었다. 그가 복싱경기에서 했던 짓거리만으로도 그의 폭력적, 충동적 성향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살인까지 저지르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폭력성은 잠재되어 있지만 그걸 어떻게 어떤 식으로 승화시키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며 잠재된 폭력성의 크기도 다르다.


난 제임스 버틀러가 거의 짐승에 가까운 동물적 폭력성을 내재했다고 보며 복싱이란 스포츠를 통해 어느 정도 억눌러 왔다고 본다. 허나 그의 폭력성을 억누르기에 스포츠란 테두리가 부족했었나 보다. 분명 초창기 프로복서로서 좋은 전적을 쌓으며 많은 노력도 경주했을 거다. 결국 그의 본성이 그를 둘러싼 환경과 노력을 집어삼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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