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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파퀴아오 vs 브로너 경기리뷰

TripleGGG 2019. 1. 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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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날짜로 19일, MGM그랜드에서 매니 파퀴아오 vs 아드리엔 브로너의 WBA웰터급 타이틀 전이 열렸다. 나야 당연히 챙겨보고 싶었지만, 당연히 중계가 없어서 이제야 봤다. 경기는 뭐 아주 재미있었다- 이런 건 아닌데 파퀴아오의 경기가 대개 그렇듯 볼만은 했다. 거기다 전부터 말하지만 파퀴아오 같은 살아있는 레전드의 경기를 한 경기라도 더 보는 게 복싱팬은 무조건 개이득이다. 아무튼 경기 보고 나서 더욱 그런 생각은 강해졌다.

파퀴아오, 예전보다 발은 확실히 느려지졌지만 상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전진스텝과 동시에 튀어나오는 원투, 연타도 여전히 날카롭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그만큼 경기의 주도권은 파퀴아오가 1라운드부터 가져간다. 링 중앙을 차지하고 계속 전진, 전진 공격을 시도한다. 

브로너는 특유의 숄더롤로 물러나며 간헐적으로 받아치거나 카운터를 노리는 정도에 클린치다. 딱 메이웨더 스타일인데, 스타일만...... 경기는 계속 비슷한 형세로 흘러간다. 파퀴 공격, 브로너 뒷걸음질 툭툭. 특히 브로너의 경우는 도대체가 제대로된 주먹 한번 보기가 어렵다. 6라운드 말미에야 브로너의 좋은 카운터 어퍼컷에 레프트훅이 터지지만 큰 데미지는 아닌 걸로. 그리고 7라운드 말미 터져나온 파퀴아오의 레프트 2연타, 브로너 살짝 그로기 왔는지 가드상태로 얼음, 파퀴아오의 연타가 이어진다. 브로너는 클린치로 응수하지만 정타가 여럿 들어간다. 하지만 결국 눕히지는 못하고 8라운드로. 이때 브로너 이 새끼 파퀴아오 머리 존나 누르던데 심판이 좀 강력하게 제지했어야 하는데 걍 둬서 좀 짜증났다. 이후로도 브로너는 답이 안 나온다. 계속 밀리고 클린치하다가 9라운드에는 파퀴아오 다리까지 붙잡는 존나 우스운 장면까지 연출하다가 큰 거 한방 제대로 얻어맞고 2차 샌드백 모드.

브로너 이 새끼는 진짜 어처구니 없는게, 지가 여태 줘터진 게 분명한데 한번 좀 제대로 맞불이라도 놓지 끝까지 무슨 포인트 앞선 것처럼 그냥 존나게 통통 도망다니며 카운터만 노리다가 야유나 받고. 

12라운드에서 존나게 도망치다 공소리에 지가 이기기라도 한 듯이 두 손 드는 거 보고 절로 이 병신새퀴가 돌았나 소리가 나오더만. 하긴 뭐 정면승부 봤으면 일찌감치 드러누웠겠지만. 브로너는 도대체가 포스트 메이웨더 소리 들은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만큼 내리막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뭐 난 관심 없었으니 앞으로도 관심은 안 가지려고.

아무튼 브로너가 맷집이 좋은 건지, 파퀴아오가 확실히 약해진 건지 모르겠는데 일찌감치 끝났어야 할 경기가 판정까지 간 느낌이다. 7-9라운드에 끝났어야 했는데 말이다. 중간 해설자 말대로 브로너가 수비스탠스를 풀 생각을 안 하니 더 눕히기 어려운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경기 결과는 당연히 파퀴아오 전원일치 판정승. 

KO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뭐 이해한다. 파퀴아오가 전과 달라진 게 이런 거 같다. 특유의 스타일은 유지하고 있으나 역시 체력과 스피드, 반사신경 모든 면에서 전과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선수답게 경기를 여유있게 운영하면서 그 간극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끝까지 줘패서 눕히려는 모양새는 잘 나오지 않는 거 같다. 쉽게 말해 충분히 이기는 경기니까 애써 눕히지 않는 느낌?

하긴 뭐, 예전 디아즈나 호야 두들기던 시절 그 폭주기관차질주롤링머신건펀치 쏟아내면 현 탑클라스 선수 중에도 버텨낼 사람 누가 있을지. 난 이런 상상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당시 파퀴라면 지금의 카넬로랑 슈웰쯤에서 붙어도 비오는날 먼지나게 줘팰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긴 그때 그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니까 마흔이 넘은 지금도 저런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

파퀴아오는 비록 운동선수로서 노령이나 압도적인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역대 최고의 복서답게 여전히 그 나이에 걸맞지 않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파퀴아오의 몸은 얼마 전 이벤트 매치에 오른 배불뚝이 사업가와는 달리 여전히 단단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다.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매서운 눈빛 또한 달라진 것이 없다. 언제든 링 위에 올라 상대를 눕힐 준비가 돼 있다. 여전히 현역 세계 챔피언이다. 

이 경기 끝나고 그 사업가랑 2차전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던데 과연 어떨지. 이제는 완연한 사업가가 된 그가 두 체급 아래 킥복서도 아니고, 여전히 감각이 살아있는 초일류 챔프와 경기를 해줄지. 알 수 없다. 하건 말건 관계 없다. 파퀴아오야 여전히 복서로서 살아있는 레전드니까. 사업가와의 경기에서 돈 말고 더 얻을 것도 없지. 물론 관계자들이야 그게 최고지만. 

아무튼 뭐 알아서들 하겠지. 다시 말하지만 파퀴아오가 완전히 은퇴하기 전에 한 경기라도 더 한다면 팬인 나야 그냥 땡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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