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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로마첸코 vs 페드라자 경기리뷰

TripleGGG 2018. 12. 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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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으로 12월 8일, 바실 로마첸코와 호세 페드라자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WBA,WBO 라이트급 통합타이틀전이 열렸다. 로마첸코야 뭐 말할 것도 없고, 페드라자 또한 저본타에게 1패를 제외하면 25승으로 전적이 깔끔한 WBO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상대로서 부족함이 없다. 연말 빅매치다운 경기였던 거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 생각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아니었다. 뭐 재미없는 건 아닌데 좀 뭐랄까? 똥을 좀 싸다 만 느낌이랄까? 약간 찝찝한 느낌? 

1라운드는 역시 탐색전이었다. 로마첸코의 깔끔한 카운터 두 방이 터진 것 외엔 견제에 견제가 이어졌다. 2라운드도 카운터만 맞추고 적극적으로 펀치는 내지 않았다. 4라운드 페드라자는 자세를 스위칭 사우스포로 상대하지만 뭐 딱히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라운드는 중반을 넘어가지만 크게 불꽃이 튀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좋은 주먹을 많이 맞추는 건 로마첸코다. 착실히 덜 맞고 더 때리는 복싱을 한다. 페드라자도 준비를 많이 했는지 로마첸코 만큼이나 부지런히 움직이며 나름의 반격을 가한다. 

9라운드 한 차례 불꽃이 튀고 로마첸코의 좋은 주먹이 적중하지만 다운은 나오지 않는다. 라운드 후반부에도 양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헌데 10라운드 이후부터 오히려 페드라자가 선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11라운드, 마침내 로마첸코의 레프트 적중 이후 이어진 펀치러쉬! 페드라자 상당히 잘 버티지만 매에 장사없다고 결국 무너진다. 카운트가 끝나기 전 일어서지만 다시 한번 이어진 러쉬에 두번째 다운! 하지만 또 버텨내고 공! 페드라자는 구사일생으로 12라운드를 맞는다. 하지만 페드라자가 참 내구성이 좋고 회복력이 좋은지 잘 버텨서 끝내 판정을 가게 된다. 당연 결과는 만장일치 로마첸코 승이다.

경기내용은 분명 로마첸코가 전과 다를 것 없이 잘 싸운 게 맞다. 페드라자 로마첸코보다 훨씬 크고 긴데 그런 상대를 앞에 두고 그냥 압박하면서 토끼몰이를 했다. 이게 사실 엄청나긴 하지만 역시나 오늘 경기를 보고 나니 사이즈와 체급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다.

로마첸코는 그 경이로운 복싱스킬로 열세를 메우고 있긴 하지만 웰터급에 버티고 있는 강자들을 떠올리면 과연 어디까지 상대가 가능할지 조금 우려가 든다.

페드라자가 씨발 11라운드에 그렇게 쳐맞고도 12라운드를 버티는 걸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페드라자 전에 저본타랑 난타전 했을 때도 보면 내구성이 상당히 좋긴 하다만, 리나레스 전도 그렇고 확실히 라이트급 올라온 뒤로 전처럼 상대를 완벽하게 전후좌우로 돌려까며 구워삶는 모습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역대급 재능과 스킬이지만 스포츠란 게 그렇지 않나? 특히 투기 종목은 더욱 그렇다. 체급, 크기를 무시할 수가 없지 않은가? 로마첸코는 체형 자체가 딱 보기에도 크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어깨가 벌어지지 않고 안쪽으로 모인 형태고, 팔도 65인치 반으로 짧고 키도 166cm 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 싸운 페드라자만 해도 리치가 71인치에 키가 180이다.

로마첸코도 그런 열세를 잘 알고 있을 거고, 어쩌면 경기를 통해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경기도 보면 아웃복싱 하면서 충분히 구워삶을 정도의 스킬과 스피드 차이가 보였지만, 적극적 압박인파이팅을 추구하는 걸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더 올라가려면 이 정도 체격 차이는 힘으로 누를 수 있어야 할 테니.

뭐 어쨌거나 로마첸코가 역대급 복싱스킬을 지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알아서 잘 판단하고 극복하리라 믿는다. 일단 체급 더 올리기 전에 저본타 그 새끼랑 한번 붙었으면 좋겠다. 왠지 오늘 경기 보고 그 새끼 자신감 좀 붙었을 거 같다. 물론 나는 잔뜩 걱정은 했지만 로마첸코가 저본타는 충분히 앞뒤로 돌려깔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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