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테렌스 크로포드 vs 제프 혼 경기리뷰 본문

복싱

테렌스 크로포드 vs 제프 혼 경기리뷰

TripleGGG 2018. 6. 10. 16:22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경기, 테렌스 크로포드와 제프 혼의 WBO웰터급 타이틀전이 오늘 라스베가스 MGM그랜드에서 열렸다. 크로포드는 슈퍼라이트에서 월장하고 첫 경기로 곧바로 타이틀전이다. 더하여 제프 혼의 경우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파퀴아오와의 경기 이후 제 실력을 제대로 증명할 기회인 셈이었다. 사실 크로포드를 이기는 모습보다 얼마나 잘 싸울지가 관건이었다.........

그렇게 경기 시작.

혼은 크게 달라진 거 없었다. 그냥 대가리 들이밀면서 마구 전진하며 하나 걸려라 펀치. 안 걸리면 그대로 돌진해서 클린치+더티 복싱. 파퀴아오를 상대했던 바로 그 전략 그대로였다. 맷집, 저돌성, 체력, 근성 이거 빼면 실상 챔피언에는 어울리지 않는 스킬과 재능이니 만큼 저 이상가는 전략은 없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 상대는 파퀴아오만큼 재능이 있다고 여겨지며, 파퀴아오와 비교 했을 때 외려 훨씬 디펜스가 단단한 좀 더 안정적인 복싱을 하는데다 중요한 건 지금이 전성기인 선수, 테렌스 크로포드라는 것이다.  거기다 어느 정도 반칙은 그냥 넘어가주던 홈그라운드였던 호주에서와 달리 라스베가스에서는 그게 안 된다. 또 파퀴와 달리 힘과 크기 차이도 없어 몸으로 찍어누를 수도 없다.

경기 양상은 내내 똑같았다. 저 전략으로 들어가는 족족 쳐맞고, 경계하면서 주먹 안 내고 멍때리고 있으면 크로포드가 빈틈에 정확히 주먹 꽂아주고, 클린치나 더티복싱도 크로포드의 영리한 대처, 심판의 개입으로 여의치 않고. 이거 뭐 제프 혼 입장에선 답이 안 나오는 경기. 말 그대로 클라스 차이 여실히 드러났다. 스피드, 스킬 그 클라스 차이는 근성으로 어찌할 수 없는 넘사벽이었다.

크로포드는 뭐 자세 스위칭 해가면서 아주 카운터 칠 거 다 치고 위 아래로 골고루 두들기는 것이 경기를 즐기더구만........ 그리고 8라운드 말미 아래에서 위로 양훅 전부 적중시키고 종료 공 직전에 터진 레프트로 혼의 다리를 풀리게 만들었다. 이때 쓰러지지 않은 걸 보면 혼도 맷집과 투혼만큼은 1류인 셈이다.  

8라운드에 그러더니 9라운드에 양상을 바꿔볼 셈인지 시작부터 혼이 마구 들이대더구만. 허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존나게 쳐맞는 거다. 금세 기세는 누그러들었고, 불안불안 하더니 한 차례 다운, 그리고 쏟아지는 크로포드의 펀치러쉬에 심판이 말림, 경기종료다.

그야말로 참교육 그 자체였다.

파퀴아오 전때는 나도 혼의 투지를 칭찬했고, 전성기가 지나 그 저돌성과 반칙을 뚫어내지 못한 파퀴를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 제프혼은 애당초 챔프 재목이 아니었다. 그것도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한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웰터급 챔프벨트를 두르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이번 경기의 양상은 실상 지난 파퀴전도 반칙과 편파로 겨우 따낸 것이란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하긴 파퀴전 끝나고 혼자 병원 실려갔었지..... 오늘도 병원 실려갔을 듯.

아무튼 이 경기는 크로포드가 웰터씬에 화려하게 등장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당당히 압도적 실력을 뽐내며 벨트를 따냈다. 아무리 그래도 내츄럴 챔프인데 이렇게 참교육 하면서 클라스 차이를 보여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밀히 혼이 좆밥이라기보다는 역시 크로포드가 존나 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앞으로 웰터씬은 진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크로포드가 만약 지금 기세로 웰터에 즐비한 강자들을 이긴다면 예전 내 블로그에 댓글 단 어떤 분 말대로 또 하나의 복싱계 슈퍼레전드로 남을 가망성이 존나 높다. 거기다 크로포드 평체가 엄청나다던데 그럼 슈퍼웰터, 어쩌면 코토처럼 미들까지 넘보는 것도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와 씨발 크로포드 개쩌네 앞으로도 기대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