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62. 영화 본문

존짧소(존나짧은소설)

62. 영화

TripleGGG 2020. 10. 8. 23:30

영화감독 A는 천재였다. 그의 작품은 대중성과 작품성 모든 면에서 완벽했고 훌륭했다. 존나 재미있는 동시에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다.

한편 B감독은 재능은 줫도 없는데 허영과 시기로 가득했다. 당연히 관객들은 B감독의 작품을 외면했다. 하지만 마침내 B감독은 A감독을 이길 방법을 알아냈다. 

물론 그 방법은 영화를 더 잘 찍는 건 아니었다.

B감독은 한창 유행인 사람은 다리가 아니라 팔로 걸어야 한다는 이념에 편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다음 A감독의 작품에서 사람들이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이유로 시대에 뒤떨어진 작품이라는 악평을 인터넷에 퍼트렸다. 이때는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몇 명이나 물구나무로 걷느냐가 훌륭한 영화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그의 전략은 성공했다. B감독 영화는 재미도 내용도 좆도 없지만 모든 등장인물이 물구나무 서서 걸었고, 마침내 B감독이 A감독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사람들은 이제 영화를 보지 않게 됐다.

물구나무 선 새끼들 보느라고 모가지가 뿌러진 게 아니다.

영화라는 영상물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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