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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곡성(哭聲)

TripleGGG 2016. 5. 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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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을 보았다.


곡성은 기존의 나홍진 감독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다. 기존의 작품이 우리 곁의 현실을 다뤘다면 곡성은 대놓고 초현실, 초자연을 다뤘다. 그만큼 추격자나 황해와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갔다면 조금 낯설 수도 있을 것이고, 분명 실망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평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극호, 그야말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완벽으로 수렴하게 하는 영화였다고 단언하는 바다. 나는 아예 아무런 정보도 보지 않고, 보았다. 처음 초자연을 다룬 영화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 나 역시 조금 의아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 평을 하자면 곡성은 그야말로 완벽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토록 강조하던 미끼를 물었다는 의미를 알게 된다. 소문과 인간의 의심이 시험에 들고 파국에 이르는 과정과 이야기를 초자연적 소재에 참으로 절묘하게 녹여냈다퍼즐조각이 맞추어지듯 착착 맞춰져 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한편으론 온몸에 소름도 돋는다.

 

배우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모든 배우가 빠짐없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곽도원의 딸로 나오는 아역의 연기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더욱 훌륭한 건 그냥 이런저런 해석이나 곱씹을 필요 없이, 영화의 본질적인 가치인 재미, 흥미도 면에서도 수작이란 거다. 그냥 넋 놓고 보면서 끌려가면 된다. 절로 몰입이 된다. 재미있다. 섬뜩하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 섬뜩한 긴장감에 온몸으로 영화를 본다는 게 어떤 건지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개꿀잼이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다운 '한국영화'를 봤다. 곱씹을수록 훌륭하다. 나홍진은 나홍진이었다. 존경심마저 든다. 대단하다. 한국에서 하기 힘든 소재, 시도이며 시도하더라도 영화의 질과 깊이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유치하고, 뜬금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어색할 수 있는 소재와 배경을 완벽하게 융합했으며 제대로 완성해냈다여태 한국에서 나온 초자연을 다룬 영화중에 이토록 악과 인간, 샤머니즘을 절묘하게 결합한 영화가 있었나 싶다.


마치 된장찌개에 크림파스타를 때려 부었는데 졸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낸 그런 대단한 영화적 기예를 선보였다. 나홍진이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 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아예 헐리우드로 예산 투입해서 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너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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