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명작 (3)
<복덕방>
새벽에 시티 오브 갓을 봤다. 내가 왜 이제야 이 영화를 봤는지, 2002년도에 대체 뭘 하고 자빠졌는지, 아니 여태 뭘 하느라고 이토록 훌륭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이제 보게 됐는지 한스러울 정도로 존나게 훌륭한 명작 중의 명작, 마스터피스였다. 이건 뭐 그냥 내년 이맘때까지 물고 빨고 하고 싶을 정도로 잘 빠진 영화다. 지금까지 봐온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올려온 그 어떤 비극의 악순환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비극적이며 적나라하다. 그야말로 치열한 인간의 삶, 인간의 내면에 분명 자리한 야수가 고삐가 풀려 날뛰는 정글의 희노애락이 처절하게 펼쳐진다. 원작소설에는 300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데 영화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숫자의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존재하는데 상당히 방대하며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
오늘의 명문은 전과 달리 좀 독특하게 두 거장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짧은 인간의 삶, 인생무상에 대해 작품 속에서 논한 것을 풀어본다. 어쩌다 도연명 시를 봤는데 사드의 소설 구절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고 있더라.ㅋㅋㅋ 먼저 사드의 악덕의 번영에서, 쥘리에뜨의 나폴리 순례 중 루클루스의 집터를 구경하며 쥘리에뜨가 곱씹는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다음, 사드와 달리 고풍스런 삶을 산 도연명의 시, 돌아가리라 中. 모든..
강남 길거리 지나가다 충동구매한 러시아 단편 걸작선에 실려 있던 막심 고리끼의 단편 스물 여섯 사내와 한 처녀를 읽고 나는 일종의 컬쳐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막심 고리끼의 빠돌이가 되어 그의 소설을 줄줄이 찾아보기에 이른다. 제빵소에서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프레즐을 굽는 스물 여섯의 인부들의 생활상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압권인데 내 심금을 울린 부분은 바로바로- -말할 것을 죄다 말해 버린 사람에게 침묵이란 무시무시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할 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침묵은 간단하고도 쉬운 일이다.- 캬! 이번 명문은 전과 달리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냥 나의 직관이 졸라 멋지다고 울부짓는다. 고된 노동 속에 감각이 무뎌져 말을 잃은 노예들의 푸념과도 같지만 언중유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