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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명경기> 로마첸코 vs 리나레스 경기리뷰

TripleGGG 2018. 5. 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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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복싱팬들이 목빠져라 기다리던, 슈퍼테크니션의 격돌이 예상되던 빅매치 로마첸코 vs 리나레스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이 열렸다. 리나레스는 전적 44승 3패에 2014년부터 라이트급의 패자로 군림해왔고, 로마첸코는 오늘이 라이트급 월장 후 첫 경기다. 그렇다. 월장하고 첫 경기가 타이틀전인 것이다. 아무튼 이 존나 개쩌는 경기가 무슨 이유인지 중계가 안 되서 이제야 겨우 구해서 봤다.

1라운드 팽팽한 긴장감 속에 탐색전 근소하게 로마첸코 우세로 끝났다. 척 보기에도 사이즈 차이가 현격하고 길이차이는 엄청났다. 거기에 리나레스의 안정적인 자세와 견고한 디펜스로 로마첸코가 쉽게 들어가기 어려워보였다.

2라운드부터 로마첸코 움직임이 점점 더 분주해지기 시작 주먹이 적중된다. 크기나 리치로 보자면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거 같은데 로마첸코는 끊임없이 전진한다. 안으로 파고든다.

3, 4, 5라운드 로마첸코의 공세는 계속 이어진다. 미래에서 온 복싱머신 특유의 그야말로 신들린 스텝과 상체움직임으로 신체적 열세를 커버하고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간다. 리나레스도 반격을 시도하고 꾸준히 펀치를 날리지만 역시 로마첸코의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이번에도 무난하게 경기포기 시키겠는데? 했다.

그런데........

6라운드 시작과 함께 토끼몰이를 시작하는 로마첸코. 잘 몰아간다 싶더니 중간중간 리나레스의 반격이 매섭다. 그러더니 6라운드 말미, 전광석화 같은 리나레스의 라이트에 플래시 넉다운!

그렇다. 로마첸코 프로커리어 최초의 다운이 나온 것이다. 물론 벌떡 일어나는 것이 큰 충격은 없어보였으나 아예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후로 공세를 늦춘 것은 아니나 비교적 과감한 공격이 줄고 디펜스가 단단해졌다. 그러나 뭐 점차 다시 자신의 페이스로 복귀. (난 오히려 이게 대단하다.)  

9라운드 리나레스가 좋은 컴비네이션을 보여준다. 10라운드에서 여세를 몰아가려는 듯 좋은 주먹을 많이 낸다. 허나 로마첸코도 작정한 듯 들이대는데 역시나 뭇매에 장사 없었다. 라운드 중반쯤 로마첸코가 좋은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더니만 그야말로 제대로 맞으면 안 쓰러지고 답 안 나오는 간장에 쑤셔 박는 레프트 보디에 리나레스 다운. 그대로 경기는 종료된다.

이로써 로마첸코는 WBA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데뷔 후 5년 만에 3체급 제패라는 대업을 달성하게 됐다. 

자 경기는 나의 예상 중 하나대로 로마첸코의 TKO승으로 끝났다. 그런데 대충 살펴보니 이 경기 이후 많은 이들이 상당한 비관론자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로마첸코가 웰터까지 먹기는 무리로 보인다는 거다.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긴 하다. 지금까지와 달리 로마첸코가 상당한 숫자의 주먹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다운까지 당했고 리나레스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보기에는 이 경기로 비관론자로 돌아서기엔 로마첸코가 씨발 너무 잘했다. 리나레스가 누군가? 몇 년째 라이트급에서 굳건히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로마첸코보다 앞서 페더에서 라이트까지 3체급 제패를 해낸 초일류복서다.

그런 리나레스를 로마첸코는 자신의 복싱 안에서 구워삶았다. 다운이 나와서 그렇지 전이랑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확실히 큰 상대를 만나니 상대적으로 로마첸코의 펀치가 가벼워보이긴 했다. 그래서 뭐? 어쨌거나 그 주먹으로 TKO시켰는데 뭐? 라이트급에도 펀치 통한다는 거 확인했는데 뭐? 그것도 내츄럴 챔피언 상대로 확인했는데 뭐?

그리고 다운이 나온 펀치는 비단 리나레스가 아니라 그 아랫체급이었어도 위험했을 펀치였다. 이것은 내 보기에 로마첸코가 체급의 벽을 느끼는 그런 주먹에 밀려 무릎을 꿇었다기 보다는 그 공격적인 성향에 의해 항상 가지고 있는 위험부담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였다. 

물론 확장시켜 생각해보면 그 또한 체급의 벽이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리나레스의 내구도가 전 상대와는 다르고, 파워도 다르다 보니 위험부담이 커졌다는 건 맞다. 허나 그건 상관관계일뿐 인과가 아니다. 어쨌거나 말하고 싶은 요점은 체급차보다는 다른 요소가 크게 반영된 다운으로 보인다는 거다. 다운을 뺐은 건 리나레스의 크기와 리치, 힘이 아닌 그의 테크닉과 타이밍 같다는 말이다. 

즉 결론은 이번 경기를 가지고 로마첸코의 실력을 폄훼할 수는 없고 체급의 벽을 논할 수 없다는 거다. 오늘도 로마첸코는 예술의 경기에 달한 다른 차원의 복싱을 보여주었다. 물론 같은 이유로 나 또한 이 한 경기가지고 씨발 로마첸코가 웰터까지 휩쓸거다-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따라서 한 경기 더 보고 싶다.

팬으로서 고맙게도 로마첸코는 벌써 3개월 뒤 방어전이 잡혔다. -_- 존나 서두르는 것 같다. 아마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가-_- 한 경기 더 보고 난 뒤에 호언장담하고 싶다.

추가

이 경기 또 봤는데 아무리 봐도 로마첸코 존나 잘했고 멋있다. 그리고 너무 로마첸코만 빨았는데 사실 리나레스도 진짜 장난 아니었다. 존나 잘 싸워줬다. 이거 다시 보니까 진짜 명경기다. 둘이 수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요즘 어떤 새끼 이후로 복싱계에 자주 보이는, 병신 같은 말장난이나 반칙으로 신경전이나 벌이는 저급한 싸움이 아니다. 이거 진짜 복싱이다. 존나 멋있다. 둘이 나중에 서로 어깨동무 하는 장면 진짜 찡하더라. 개쩐다. 이 경기는 둘다 잘했다. 복싱사에 명경기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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