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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나는 당최 에세이를 왜 사보는지 모르겠다

TripleGGG 2018. 4. 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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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혜X 같은 사람이 쓴 거랑 궤를 같이 하는 그런 에세이들 말이다. 더하여 요즘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소위 인스타새벽감성으로 쳐바른 손발이 오그라드는 짧은 글귀 모음 같은 거 말이다. 대충 보면 알겠지만 존나 당연하고 쉽고, 막상 공감해 뭔가를 실천하려면 귀찮은, 눈으로 보기에만 그럴 싸하고 귀에 듣기만 좋은 사탕발림 같은 글들이다. 그 글을 읽을 땐 마치 포르노를 보듯 존나 뭔가 감정이 고조되고 자극되는 느낌이지만, 마치 포르노처럼 보고 나면 그만이다.

당장 나도 쓸 수 있다.

"널 판단하는 건 타인이 아닌 너야...... 타인의 비방과 비난에 자책할 필요없어........ 타인은 널 규정할 수도....... 그럴 자격조차 없어...... 기억해....... 널 판단하는 건 너 자신이라는 것을............" 뭐 요딴 거.

씨발 쓰면서도 손발이 저릿하네 개줮같네. 

아- 물론 나는 에세이라는 문학적 장르 전체를 두고 까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것은 창작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성찰의 영역으로써 사실상 생각을 하고 글을 쓸 줄 아는 모든 인간이 쓸 수 있는 그런 글이다. 

따라서 에세이에 있어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가리는 기준은 그 에세이를 쓴 자의 명성과 전작(에세이 아닌)이 될 것이며, 얼만큼 솔직하느냐 가 될 것이다. 전자는 그의 명성으로 그를 사랑하게 돼 그의 내면과 일상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가 있을 수 있기에 가치가 있다. 

후자의  경우 솔직하다는 것의 의미는 그것이 자신만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애초에 책 팔아먹고 남 보라고 쓰는 에세이 따위가 무슨 가치가 있겠나...) 하지만 내가 까고 싶은 요즘 존나게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에세이류는 다 저따구로 어디서 본 듯한 들은 듯한 것들 뿐이다. 본질적으로 같은 말을 누가 더 달달하게 바꿔 쓰느냐일 뿐이다. 내용물은 같은데 포장만 다르다. 우스운 건 과대포장일수록 더 잘 팔린다는 거다. 

까놓고 말해서 요즘 나오는 대다수 에세이에서 씨부리는 인생론은 19-20세기 소설가, 철학자들 에세이 제일 얄팍한 걸로 몇 권만 봐도 끝나는 내용들이다. 깊이 갈 필요도 없다. 

같은 논리에서 에세이 장르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순간은 남이 쓴 달달한 똥글을 보며 딸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에세이를 써서 보고 제 내면을 들여다보는 도구로 삼을 때라고 본다. 쉽게 말하자면 일기 써서 봐라.

이런 이유로 나는 요즘 에세이가 쏟아져 나오고 그걸 이것저것 사보는 게 존나게 이해가 안 간다. 어지간하면 사랑하고 존경하는 누군가의 에세이가 아닌 경우, 에세이는 직접 써서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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