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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vs 제프 혼 경기 결과!

TripleGGG 2017. 7. 2. 14:16

오늘 호주 브리즈번에서 벌어진 파퀴아오와 제프 혼의 WBO웰터급 타이틀 매치 결과, 1라운드부터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 나의 예상,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호주 안방복서 제프 혼이 WBO웰터급 새로운 챔피언이 됐다. 파퀴아오가 졌다. 판정패다. 호주 홈 경기인만큼 판정가면 위험할 수 있다고 봤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의외인 것은 이것이 딱히 편파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다. 그만큼 제프 혼이 잘 싸워줬다.

제프 혼은 1라운드부터 진짜 미친 개처럼 달려들었다. 탐색전이고 뭐고 없었다. 월등한 신체조건을 무기로 그냥 펀치를 날리고 씨름에 가까운 몸싸움을 벌였다. 파퀴아오는 나름 침착하게 잘 대응했고, 2라운드 이후로 차근차근 레프트를 적중시켰지만 제프 혼에게 끌려가는 양상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저돌적인 제프 혼의 체력이 언제 빠질지가 관건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5라운드 이후부터는 제프 혼의 저돌성도 초반과 같진 않았다. 그러나 크게 경기의 양상이 바뀌지도 않았다. 제프혼의 압박 속에 파퀴아오의 카운터가 이어지는 식이었다. 문제는 6라운드와 7라운드에 연이어 터진 헤드버팅이다. 제프 혼이 원체 들이대고 흔들다보니 파퀴아오의 양쪽 이마가 전부 찢어져 피가 줄줄 흘렀다. 이건 확실히 경고가 필요했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았다. 물론 파퀴아오는 문제없다는 식이었다.

파퀴아오에게 온 기회는 9라운드였다. 파퀴아오의 펀치러쉬로 제프 혼은 거의 그로기 직전까지 갔다. 제프 혼의 얼굴은 부어오르고 터져서 피가 흘렀다. 이때 끝냈어야 했다. 아니면 적어도 10라운드에 여세를 몰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제프 혼은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여 원래의 경기양상, 압박을 이어갔다.

그렇게 경기는 12라운드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판정까지 가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머리쪽에 제대로 들어간 정타, 정확도 면에서는 파퀴아오 쪽이 훨씬 우세했다고 본다. 시합 뒤 얼굴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결국 제프 혼의 승리로 끝났고, 딱히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 파퀴아오는 확실히 느려지고 약해졌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저렇게 무작정 들이댔다가 초장에 개박살났을 거다. 카운터 반응 속도는 확실히 느려진 거 같다. 리키 해튼도 복슬링으로 유명한데 파퀴아오 레프트에 2라운드 실신KO 당한 게 좋은 예다.(프레디 로치가 파퀴아오 현재 폼이 최악이라고 인터뷰했다는데 그게 맞나보다.)

반면 제프 혼은 파퀴아오가 전에 상대한 제시 바르가스보다도 훨씬 잘 싸워줬다. 거기다 홈팬의 응원까지 등에 없고 아주 12라운드 내내 투혼을 불살랐다. 제프 혼은 파퀴아오와 잘 싸워줬고 승리를 따냈다. 이제 그도 웰터급에 즐비한 S랭커들 앞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 자격을 갖춘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인 웰터급에 또 하나의 전사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제 아무리 안방무명복서라도 상대가 '복서'여야 하는 이유다. 맥그리거가 메이웨더한테 이긴다고 또 복싱경기 할 거 같나? 제발 그쪽 쇼랑 이 경기랑 비교하는 무지한 짓거리는 그만했음 좋겠다.

아무튼 파퀴아오는 오늘 경기가 패배로 끝났으니 언급했던 진짜 은퇴 또한 가시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파퀴아오는 이제 불혹에 가까운 나이고, 은퇴할 때가 지난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는 오늘 경기 또한 그가 생애 걸쳐 보여주었던 진정 이기기 위한 복서로서의 모습, 말 그대로 전사의 심장이 무엇인지 재확인 시켜준 경기였다고 본다. 그는 불리한 상황(버팅, 원정)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자신의 패배를 발판으로 제프 혼이라는 무명복서를 전면에 띄움으로써 복싱계의 대전지도를 더욱 흥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는 앞으로의 행보와 관계없이 영원히 기억될 복싱계, 스포츠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앞으로도 존경하고 사랑하고 지지한다. 파퀴아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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