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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드, 악덕의 번영 中

TripleGGG 2016. 3.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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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해두지만 19금임.


다사다난한 삶 속에서 곱씹은 사상과 철학의 남다른 통찰과 깊이가 있어 단순개변태또라이로 치부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우리 사드 선생의 명저 악덕의 번영 중 발췌.


대도 테스타 보르자의 과거 이야기 중 그가 카타리나 여제에 의해 유배를 가게 됐는데 거기서 또 죽이 맞는 악당을 만나 똘똘 뭉쳐 악행을 담합하던 중, 한 아이가 아버지의 심부름을 위해 찾아온다. 이 악당들은 소년에게 욕을 보이고 먹어 치우더니 보르도밀이란 놈이 한마디 한다.


"살인죄란 걸 만들었으면 고기를 먹는 습관도 금지했어야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정신으로 돼지를 도살하여 먹는 것엔 어떤 죄악도 인정하지 않는 인간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인간을 죽이는 일은 가장 큰 악이라고 믿거든. 이게 내가 진저리나게 혐오하는 문명이란 것의 불길한 모습이야. 인간이란 마치 미치광이 일족 같아. 업신여기고 내다버려 마땅한 부류지."

(이렇게 씨부리는 지도 인간이다.)


아무튼 사드의 저서가 다 그렇듯 피상적으로 읽자면 원체 끔찍한 내용인지라 도통 정이 안가고 사드가 개또라이란 생각만 들지만, 저 문장이 인상깊었던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난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란 책을 읽고 인간의 종차별주의와 쾌고감수에 따른 윤리기준에 대해 많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런데 사실 방식과 표현이 원체 폭력적이고 거지같아서 그렇지 보르도밀의 입을 빌려 궁극적으로 사드가 말하려는 바 역시 피터 싱어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 쾌락과 편의를 위해 실제로 벌어지는 수많은 고통을 못 본척하며 현재 수많은 인간 아닌 종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와 같은 종차별주의는 조금만 방향을 틀면 금세 흑인들에 대한 노예제도와 나치즘 등으로 쉽게 변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차별주의에 대한 논의는 최근에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드는 그러한 종차별주의에 대한 혐오를 일찌감치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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