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나도 한 때 채식주의자였다 본문

잡담

나도 한 때 채식주의자였다

TripleGGG 2019. 6. 20. 00:25
반응형

내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 중 하나가 '동물해방'의 피터 싱어고, 그 영향으로 나도 한 때 채식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육식에 반대한답시고 멀쩡히 사람들 밥 먹고 있는 고기부페에 찾아가서 음식이 아니고 폭력이라고 피켓질을 하는 사람의 영상을 봤다. 누군가에게 제지되는 모습도.

그냥 딱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런 행위는 무분별한 육식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채식주의자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과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동물해방에 완전하게 반하는 행위가 된다.

피터 싱어도 그렇거니와 우리가 궁극적으로 반대하고자 하는 것은 육식이 아니다. 고통이다. 그런 관점에서 육식을 막기 위해 식사 중인 사람의 밥상을 뒤집으려 드는 행위는 분란과 증오를 조장하고, 그로 인한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창출한다. 이것은 또한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왜 채식을 하고 육식을 반대하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내가 과거에도 썼다. 누구 엄마였더라 아무튼 개고기 식용 반대한다면서 증오를 불태우던 사람에 대한 비판 말이다. 이성적 확신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지, 상식 너머의 이념적 사고방식은 그것을 쉽게 막무가내 폭력으로 전환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육식보다 바로 이런 폭력적 행동이다.

전부터 누누이 말하지만 세상을 멸망시키고 인류를 말살시킬 가능성이 높은 건 이기주의에 빠진 악당이 아니라 정의에 심취한 사도들이다. 왜냐하면 '악행'은 저 새끼를 죽일 때 가책을 받지만, '정의'는 내가 저 새끼를 죽일 충분한 근거가 되거든.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