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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두테르테는 영웅인가? 폭군인가?

TripleGGG 2016. 10. 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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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핫한 필리핀의 대통령 두테르테, 내가 좋아하는 파퀴아오의 나라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범죄라면 이유 불문 잡아들이고 죽이고를 반복하고 있다. 또한 두테르테는 법치와 인권 문제를 지적한 유엔을 향해 "아직 천 명밖에 안 죽었다."라는 패기 넘치는 답변을 했다. 그의 의지 그리고 신념이 그야말로 단단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영웅인가 독재폭군인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우선 소크라테스가 <국가>에서 제시한 독재자 테크트리에 대해 알아보자. 지금까지 스탈린, 마오쩌둥, 폴포트와 같은 희대의 폭군들은 소크라테스의 독재자 테크트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전부 역사 속에서 영웅 아닌 독재자 혹은 학살자, 좆같이 정신 나간 싸이코패스로 전락했다.


첫 번째 조건은 우선 그 지도자가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때 대중의 다수가 그것을 정당하다고 여겨야 한다. 지도자의 말만 믿고 동료가 피를 흘려도 가책이 없어야 한다. 다음 단계는 지도자가 실수든 뭐든 누군가를 부당하게 고발하고 처형하는 일이 발생한다. 빈번해진다. 그러면 그 지도자 주변에 있는 똘똘하고 정신 똑바로 박힌 충신들은 지도자에게 개지랄 떨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충고한다. 시국을 비판한다. 그러면 지도자는 정당성, 권력을 잃는 것이 두려워 그런 이들을 숙청하기 시작한다. 결국 지도자의 주변엔 딸랑이들만 남는데 그것으로 독재자 테크트리가 완성된다. 주변에 친구는 없고 주인과 노예만 남는다. (이래서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이 존나 외로워했고 더 미쳐가기도 했던 듯....)


우선 첫 번째 조건은 두테르테도 해당되는 것 같다. 대중의 지지율이 존나 넘사벽이니까. 하지만 아직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 같지는 않다. 뭐 필리핀 현지 상황을 자세히 모르니까 대충 그냥 예상 한번 해보자면, 지금 광기에 불타올라서 마약범 사냥하는 새끼들이 있다는데 어째 마오쩌둥의 홍위병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 역시 진행 중인 것 같다. 자력구제의 정의를 실현하는 야경꾼들은 실수를 빈번히 하니까. 그러면 다음, 충신들이 충언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유엔의 충고를 개소리 취급하는 것이 안쪽에서 치고 올라오면 충분히 숙청도 가능할 것 같다.


엇 대충 부합하는데? 그럼 두테르테는 독재자가 되어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처럼 미친 듯이 대학살극을 시작할까? 그건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솔제니친은 수용소 군도에서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악행자들의 상상력과 정신적 힘은 시신 12구에 멈췄다. 그들은 이데올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라고.이 말은 뭐냐? 대학살극의 명분이 됐던 인종개조, 사회적 청소의 강력한 명분이 다름 아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였고, 그것이 부재한 이상 과거 스탈린과 같은 대학살극은 불가능하단 거다. 그렇다면 두테르테는 안전한가? 그건 또 아니다.


이데올로기까지는 아니라지만, 죄와 벌에 대한 신념과 결과주의에 있어 두테르테는 독재자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정이야 어찌됐건 두테르테는 마약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고, 그것이 그의 신념을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유토피아를 위해 수만, 수백만이 죽건 고문을 하건 관계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더 큰 선을 위한 잔혹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반드시 이뤄질 거란 낙관주의 또한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이 도덕적 제약을 느슨하게 하고 이것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결론은 이 상태로 가다간 스탠더드한 독재자+폭군+학살자가 될 가망성이 높다는 거다. 그것은 필리핀 국내는 물론 국제정세에도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망성이 높다. 정적이 등장할 것은 불보듯 뻔하고 심하면 내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외세의 개입이야 당연지사고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필리핀은 혼란과 죽음으로 산지옥이 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21세기 폭력의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른다.


허나 현 필리핀 국민들이 두테르테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지지율로 나오고 있으니 밖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기도 모호한 상황이다. 일단은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리라고 믿어보는 것이 좋겠지만 글쎄 개인적으로 나는 부정적이다. 동기와 명분이야 어찌됐든 지금까지 수천 이상의 목숨을 끊어 놓은그 어떤 학살자도 소크라테스의 독재자 테크트리와 신념, 낙관주의, 결과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두테르테의 완고함, 잔혹함, 경직성 역시 과거의 폭군과 비슷한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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