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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는 절대 위대한 복서가 될 수 없다. 본문

복싱

메이웨더는 절대 위대한 복서가 될 수 없다.

TripleGGG 2015. 11. 10. 00:56

우리는 몇몇 위대한 복서를 알고 있다. 무하마드 알리나 슈거 레이 로빈슨, 로베르토 듀란, 마빈 헤글러, 마이크 타이슨, 오스카 델 라 호야, 그리고 매니 파퀴아오. 그러나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다시 태어나 복싱 커리어를 처음부터 쌓아올리지 않는 이상 위대한 복서의 전당에 올라올 수 없다. 아니 올라와서는 안 된다. 난 사실 이 글도 무용하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인 복싱팬이라면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위대한 복서라는 표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단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을 터다. 걍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디펜스 테크닉과 비지니스 능력, 똑똑하단 사실은 나 역시 그리고 수많은 복싱팬 역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왜 위대한 복서가 되지 못하는가? 혹자는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현존하는 복서 중 가장 높은 흥행(PPV판매량), 무패전적, 더하여 대전료를 받는 복서이므로 위대하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실제로 저런 얘길 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놀랐다. 단지 돈과 비지니스가 위대한 복서로서 갖춰야 할 전부라는 이야기는 저스틴 비버도 비틀즈가 될 수 있다는 말이나 매한가지다. 

위대한 복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단 복서다워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 복싱은 쉽게 말해 본질적으로 덜 맞고 많이 때려야 한다. 나아가 상대를 링 바닥에 눕혀야 한다. 판정과 화려한 테크닉 따위는 그 다음 이야기다. 메이웨더는 이 시점에서 이미 탈락이다. 메이웨더는 매우 똑똑하게도 이길 수 있는 복싱을 하는데 그 방법으로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차선을 택했다. 그 타고난 재능과 테크닉으로 어떻게든 피하고 도망 다니면서 포인트를 벌어 판정으로 이긴다. 허리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절벽위빙과 짤짤이는 언제 봐도 병신 같지만 환상적이다. 그렇게 이기는 복싱을 해서 무패 전적을 지켰지만 경기내용은 형편없다.

위대한 복서가 되려면 또한 역사에 남을 명경기를 많이 남겨야 한다. 앞서도 말했듯 메이웨더의 경기 내용은 거의 포크댄스 수준이라 명경기의 명은 갖다 붙이려면 내가 다 민망한 수준이다. 혹자는 또 메이웨더의 환상적인 디펜스와 카운터 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복싱 좀 아는 사람이면 메이웨더 경기 재미있어요.” 이 역시 난 개소리라고 본다. 프로복싱은 세계적 대중스포츠고 복싱을 알든 모르든 대중스포츠란 직관으로 재미없다 느껴지면 그 스포츠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가는 법이다. 아마복싱이 아닌 프로복싱은 잘 피하고 포인트 따는 것이 다가 아니란 말이다.

메이웨더는 똘똘하게도 스스로 프로모터가 되어 대전 상대도 직접 고르는데 진정 위대한 복서라면 팬들이 원할 때 원하는 선수가 경기를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도피행각으로 그는 2015년이 아닌 2011년이나 2010(맞나? 아무튼)에 파퀴아오와 붙었어야 했다. 그는 당시에도 최고였으며 파퀴는 호야를 피떡 만든 것을 시작으로 폭주기관차처럼 웰터급을 휩쓸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핑계로 메이웨더는 도망쳤으며 그로 인해 한참 동안 저스틴 비버만큼 욕을 처먹어야 했다. 그리고 파퀴도 그 전성기가 지나고 자신도 은퇴를 앞둔 무렵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돈 잔치를 벌였고 경기는 역시 병신매치로 욕을 바가지로 처먹었다.

(이 당시 파퀴아오도 제대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파퀴아오는 그 전에 이미 위대한 복서다.)


멋진 KO장면이나 경기력이 아닌 돈지랄로 더 유명하니 말 다함

 

또 위대한 복서라면 나이 들고 체력이 떨어져 새로운 강자에게 지더라도 끝까지 전사의 심장을 지녀야 한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가장 강한 상대와 싸워야한다. 이는 비단 위대한 복서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새로운 슈퍼스타를 복싱시장에 세워 프로복싱의 황금기를 이어가는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호야는 이런 면에서 위대한 복서다. 호야는 은퇴 전 두 번의 패배로 두 명의 걸출할 슈퍼스타를 만들어냈다. 그게 다름 아닌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다. 실질적으로 메이웨더는 호야의 경기 이후 부터 천문학적인 대전료가 매겨졌고 파퀴아오도 호야를 이긴 것을 시작으로 웰터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메이웨더는 수많은 신흥강자를 제쳐두고 은퇴경기로 안드레 베르토라는 웰터급 랭킹 20위의 복서를 택했으며 전과 다름없는 존나 재미없는 경기내용으로 끝까지 욕을 들어처먹었다. 경기를 봤는데 이것들이 하라는 주먹질은 안하고 말다툼을 더 격렬하게 하더라

결국 메이웨더는 위대한 복서의 조건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돈은 벌고 테크니션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겠지만 먼 미래 그를 위대한 복서로 기억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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