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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미구엘 코토의 은퇴전

TripleGGG 2017. 12. 4. 23:32

나는 미구엘 코토가 정말 멋있게 복싱한다고 생각한다. 뭐 그냥 생긴 것도 멋있고, 정석적인 오소독스 자세, 스타일 자체가 멋있다. 폼 난다. 전매특허 훅도 멋있고, 경쾌한 풋워크, 유연한 몸놀림도 빠질 수 없다.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이다. 

아무튼 그냥 다 멋있었다. 누구보다 복서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는 그는 요즘 들어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는, 상대를 링에 눕혀야만 직성이 풀리는 전사의 심장을 가진 복서였기 때문에 좋았고, 지금도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는 수많은 명경기를 남겼다. 비록 패배했지만 화끈하게 치고 받은 파퀴아오와의 경기는 물론 석고리토와의 2차전, 잽 주다, 쉐인 모슬리전, 머니웨더와도 물론 붙었고, 뜬금없이 미들급으로 올라와 마르티네즈를 KO로 잡아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은퇴전을 가졌다. WBO슈퍼웰터급 타이틀전으로 열렸으며 상대는 전적 26승 1패의 사담 알리, 비교적 괜찮은 전적을 가진 좋은 선수이긴 하나 나는 당연 코토의 승리를 점쳤더랬다. 단순비교이긴 하나 우선 알리를 TKO로 꺾었던 제시 바르가스가 코토에 미치는 선수는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다. 

체격조건도 거의 비슷하고, 커리어 면에서야 당연 코토가 압도적이니 말이다. 허나 문제는 나이다. 알리는 코토보다 8살이 어린 팔팔한 젊음을 자랑한다. 코토는 은퇴전인 만큼 내리막 그 끄트머리다. 허나 난 그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은퇴전을 멋진 승리로 장식하리라고 봤다.

그런데.............

알리는 처음부터 공세적이었다. 코토는 노련하게 그런 알리에게 적절한 공수로 대응했다. 2라운드 뜬금없이 터진 라이트에 코토가 휘청이지만, 금세 회복한다. 알리는 간헐적으로 빠르고 큰 펀치를 노리며 카운터를 섞고, 코토는 평소와 비슷하다. 파고들어가 콤비네이션 시전한다. 양상은 코토 전진, 알리 후진이다.

4라운드에 코토 재차 휘청인다. 짧은 펀치 같은데도 데미지가 있는 모양이었다. 테크닉은 분명 코토가 한 수 위인 게 느껴지는데, 속도와 파워면에서 밀리는 느낌이었다. 타이밍을 한 템포 뺏기니 저렇게 한방씩 걸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6라운드 심기일전한 코토의 라이트가 가드 사이를 뚫고 적중한다. 이번엔 알리가 휘청인다. 코토의 공세가 이어진다. 8라운드 이후부터 사담의 공세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양상은 비슷한데 확실히 알리가 제대로 맞춘다. 10라운드엔 큰 레프트가 두 방이나 적중한다. 코토의 뒷걸음질. 이후론 확실한 사담의 경기였다. 사담의 공세가 거세지고 코토는 피하기 급급했다.

판정결과, 알리의 승리, 사담 알리는 WBO수퍼웰터급의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고, 코토는 은퇴전을 패배로 장식하게 됐다. 뭐 이견의 여지가 없는 패배라고 본다.

경기 후 인터뷰를 보니 코토는 7라운드에 팔부상이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후반부에 맥을 못추긴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팔 부상이 없었다한들 알리를 완벽하게 잡아내기는 어려워 보이는 경기였다.

아무튼 그렇게 안타깝게도 코토는 마지막을 패배로 장식하게 됐다. 허나 나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승패를 떠나 그는 진짜 복서로서 물러나지 않는,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는 그다운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진짜 복서다운 복서답게 패배했을지언정 사담 알리라는 새로운 슈퍼 웰터급 챔프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복싱 발전의 연장선을 지켰다.

미구엘 코토가 떳떳한 한 명의 레전드로서 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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