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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공황발작 견디는 방법

TripleGGG 2017. 11. 11. 03:04

공황장애 관련 글에 큰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보고 그에 자극받아 공황장애 관련 글 하나 더 쓴다. 지난 공황장애 치유법 글 에서 공황장애를 완치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공황발작의 순간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헌데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여 쓴다.

공황발작은 당해본 사람만 아는, 그야말로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끔찍한 경험이다. 그것은 겪어본 사람으로서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그 공황발작의 시간을 견뎌내면 나중에는 분명한 증상완화와 완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끔찍한 순간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이 방법도 공황의 다른 치유법들과 마찬가지로 아마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방법으로 잘 견뎌왔다. 도움이 되는 이가 있길 바란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인내법 써본다. 간단하다.

공황발작 인내법 

일단 공황발작이 오면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신 못 차린다. 별다른 공포, 위험도 없는데 온 육체, 신경이 극도의 공포와 위험회피에나 있을 법한 반응을 해온다. 이에 정신도 부랴부랴 육체의 작용을 따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발작이 오면 나도 모르게 존나 좆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공포를 만들어내버린다.

예를 들어 버스 탔을 때 발작이 오면 버스의 엔진 소리, 밖으로 보이는 풍경, 내 앞에 있는 초딩의 목소리 전부 내 공포의 대상이 돼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것이 두려워 버스에서 내리거나 해버린다. 그리고 다음부터 버스 못 탄다. 

자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사실을 머리에 잘 새긴 뒤에 신경이 발광한 공황발작의 원인이 아무 것도 없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공황발작이 오면 그 증상을 추적한다. 

자 이런 식으로 한다. 

어? 묘한 느낌, 이거 올 거 같다. 저릿저릿 이상한 느낌이 드네? 불안한 기분이 드네? 그 다음은 뭐지? 허 온몸이 짜릿 머리가 어질하다. 그 다음은 뭐지? 어 덜컹 심장이 이상하다. 갑자기 온몸에 식은땀이 난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 다음은 뭐지? 

자 포인트는 보다시피 이거 -> 그 다음은 뭐지? 다. 왜냐? 사실 공황발작은 그 다음이 좆도 없기 때문이다. 계속 그 다음 자 뭐지? 뭐 올 건데? 어떤 느낌이 느껴질 거지? 하고 집요하게 제 기분과 느낌, 육체적 반응을 쫓는 거다. 그러면 다른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서 버스를 내리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알찬 공황발작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왜 발작 올 거 같으면 다른 생각 하라고 하는데, 그거 솔직히 어렵다. 생각도 안 난다. 그러다 하잘 것 없는 공포심만 키운다. 그러니까 그냥 내 기분, 내 느낌, 내 육체증상을 추적하는 게 제일 좋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괜찮아진다. 다들 알지 않나? 심한 공황발작은 절대 오래 가지 않는다.

더하여 오히려 공황발작으로 떠오른 좆같은 위험에 대한 우려를 오히려 강렬하게 실천하면 좋다. 어? 방금 침 삼키니까 공황발작의 느낌으로 불안하다? 침 삼키기 무서워지네? 그렇다면 씨발 존나게 침 삼키는 거다! 어? 숨이 잘 안 쉬어지네? 숨이 가쁘네? 씨발 존나게 더 헐떡거려보는 거다.

처음엔 좀 어렵다. 나도 안다. 저거 안 될 거 같다. 하지만 된다. 해보면 안다.

그래도 계속 발작 온다는 사람 있을 거다. 그럼 계속 참아라. 언제까지 하냐고? 그냥 발작 와도 상관없어. 라는 마인드가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해라. 그게 얼마나 걸리냐고? 이것도 중요한 부분이니 새겨 보길 바란다.

자!

나는 저런 인내를 최하 1년 이상 해야 한다고 본다. 길게는 3년까지도 생각해라. 씨발 낭패다-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사실이다. 한번 뒤틀리고 예민해진 신경이 쉽사리 제자리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전에도 썼다. 성급하게 굴면 결국 다시 약 달고 살아야 하고, 끔찍한 재발의 순간을 계속 겪어야 할 거다.  

나는 공황장애의 치유는 극기를 요한다고 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확언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동물들 중 유일하게 제 육체를 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 쉬운 예로 다이어트를 생각해봐라. 배 존나 고픈데 참다보면 나중엔 하루, 이틀 굶는 건 쉬워진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어든다. 육체가 의지에 굴복해 변화한 것이다. 

공황발작의 인내도 비슷하다. 참다보면 신경이 무뎌진다. 그리고 점점 더 쉬워진다. 나도 여전히 공황발작을 떠올리면 두려운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다다. 어차피 발작이 와도 참으면 되니까. 밤에 귀신 떠올리면 무섭지만, 뭐 없는 거 아니까 ㅋㅋㅋ 비슷한 거다. 

아무튼 여기까지 대충 공황발작 참는 법과 인내에 대한 글 마친다. 공황장애의 두려움과 아픔을 아는 사람으로서 환우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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