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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로마첸코 vs 마리아가 경기리뷰

TripleGGG 2017. 8. 7. 01:06

오늘, 아니 어제 바실 로마첸코와 미구엘 마리아가의 WBO슈퍼페더급 타이틀전이 열렸다. 생중계가 되지 않아서 뒤늦게 경기를 보게 됐다. 역시 경기의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로마첸코가 그 ㅎㄷㄷ한, 압도적인 실력을 재확인시킨 경기였다.

1라운드는 가벼운 탐색전이 이어졌다. 라운드 끄트머리에 로마첸코 카운터 및 펀치가 적중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로마첸코는 특유의 몸놀림과 스텝, 부지런한 잔펀치로 압박에 압박을 이어갔다. 다른 경기들도 비슷하듯, 중앙을 차지한 로마첸코의 스토킹! 마리아가의 링을 넓게 쓰는 백스텝, 이런 모습으로 전개됐는데 이게 끝까지 이어졌다. 마리아가도 나름 그런 로마첸코의 스타일에 관한 준비를 했는지, 섣불리 펀치를 내지않고 수비적으로 일관하며 신중하게 카운터를 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경기가 이어지다 3라운드에 터진 로마첸코의 레프트에 첫 다운이 나왔다. 헌데 이건 마리아가가 백스텝 밟다가 로마첸코의 밀어치는 펀치에 밀려서 엉덩방아 찧은 느낌인데, 이 다음이 엔터테인이었다. 로마첸코가 뉴트럴 코너에서 등을 기대고 어디 한 번 공격해보라고 도발을 했다. 내내 신중한 마리아가는 도발에 당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기분은 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4라운드에 로마첸코 프로경기 사상 첫 버팅으로 인한 커팅이 발생했다. 그리하여 로마첸코의 왼쪽 눈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도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라 생각했는데 5라운드부터 확실히 로마첸코의 공세가 거세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5라운드부터 로마첸코의 발과 손이 훨씬 촘촘하고 빨라졌다. 그러자 마리아가의 고개가 벨트라인 아래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격이 거세지니까 위빙과 더킹이 과해지는 것이다. 이거 머니웨더나 병신워드새끼도 자주 욕먹는 부분인데 로마첸코는 여기에 전혀 당황하지 않더라. 고개 떨어질 거 같으면 찰싹 달라붙어 밀어가지고 고개 들게 하고, 꿀밤 먹이기로 도발까지 하는 것이다. 수비형 짜증복서들이 유발하는 열 받는 상황을 역전시켜버리는 것이다. 거기에 떨어진 고개를 짧은 어퍼로 쳐올려버리는 공격까지 하니까 이건 머리를 수그릴래도 숙일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존나 개쩔더만. 거기다 로마첸코는 주먹을 조금 내는 것도 아니다. 졸라게 낸다. 그런데도 경제적으로 복싱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쓸데없는데 힘 빼지 않는 것이 보인다는 거다. 적재적소에만 파워펀치가 작렬하는 것이다.

로마첸코의 공세는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더욱 거세지는데 이게 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말 이게 프로복싱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해서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던 것이다. 딱히 설명할 것도 없다. 분위기가 쭉 비슷했다. 로마첸코 존나게 따라가고 마리아가는 도망가다 카운터 낼라치면 역카운터 얻어쳐맞고, 수비도 답 안나오고, 아마 마리아가는 속으로 계속 "씨발 뭐야 이게... 이거 뭐야..... 씨발..... 씨발....." 이랬을 거다. 장담한다. 

그리고 마침내 7라운드 말미에 다시 한번 로마첸코의 훅에 의한 KO가 터지는데 이 또한 아주 큰 데미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방 벌떡 일어나더만........ 하지만.......... 로마첸코 팬이라면 이쯤 되면 슬슬...... 했을 거다. 그렇다. 8라운드 시작 전에 마리아가의 코너에서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씨발 나같아도 포기한다.........


진짜 다시 말하지만 로마첸코는 장난이 아니다. 복서로서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몸놀림, 스텝, 펀치 다 최상급 위에 최상급이다. 복서 위에 복서다. 이 기량이 웰터까지 이어지면 씨팔 이건 복싱 역사 새로 써야 된다! 파퀴아오를 잇는 천재가 나오는 것이다! 로마첸코는 정말이지 복싱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것 같다. 

물론 다른 건 차치하고 회자되는 기량이나 전적으로만 평가했을 때 마리아가는 당연히 로마첸코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상대로 점쳐지지는 않았다. 마리아가 WBO 페더급 9위 랭커로 내츄럴 슈퍼페더도 아니었고, 이미 로마첸코에게 복싱압살 당한 니콜라스 월터스에게 패배한 전력도 있다. 복싱 팬이라면 누구도 로마첸코가 뜬금없이 마리아가에게 질 것이라 예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허나 복싱이란 '스포츠'이고 정점에 오른 프로복서들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변수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게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기적 수준의 천재들이다. 그리고 나는 로마첸코가 바로 그런 세기적 천재 복서라고 본다. 진짜! 레알! 천재복서!

현재 로마첸코의 상대로 아랫체급의 길예르모 리곤도와 윗체급으로 올린 마이키 가르시아가 종종 거론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곤도는 좆털릴 거 같고, 가르시아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리곤도를 존나 신격화시키는 팬들도 있던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정돈 아니라고 본다. 물론 아마전적으로 따지면 로마첸코 못지 않지만, 프로에서는 도네어에게 이긴 것 빼고는 여태 딱히 인상에 남는 경기 자체도 없을 뿐더러 나이도 이제 먹을 만치 먹어 내리막이라 보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에 추태를 보인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무튼 다음 상대가 누구든 로마첸코의 복싱은 복싱팬들에게 복싱을 즐기는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선수이며 차세대 슈퍼스타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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