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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SNS는 나만의 공간이다?

TripleGGG 2017. 4. 19. 17:55

나는 개인적으로 SNS(특히 인스타그램) 안 하지만 가끔 눈팅은 한다. 잘난 분들의 잘난 체를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다. 진짜 잘난 사람들이 많단 말이다. 난 그걸 보며, 어쨌거나 풍요와 행복, 진보로 인류가 조금씩 전진하고 있긴 한 건가? 하는 낙관마저 품는다. 헌데 가끔 보면 SNS에 장문의 자아성찰이 올라오곤 하는데 보통 이럴 때 올라오더라.

몸매가 아름답고, 얼굴마저 예쁜 여자가 몸매를 드러내는 비키니나 스포츠웨어를 입고 잔뜩 가슴골과 엉덩이가 드러난 사진을 올린다. 대부분 "이뻐요!" 하면서 찬양한다. 그러다 누군가 "존나 관심종자네."라는 류의 악플을 올리면 발끈한 여자는 장문의 글을 올린다. 대부분 논조는 비슷하더라.


"누군가의 관심이 아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다."

"내 개인적인 사생활을 담은 나만의 공간이다."


딱히 문장 자체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저런 글 올리면 꼭 '언니 멋져요!' 이런 댓글이 달리던데 솔직히 애초에 말이 되질 않는 글이고, 논리가 허술한, 허접한 변명에 불과해 악플을 다는 자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곤 한다.


SNS에 가입했고, 글이 전체공개가 되어 있고, 팔로워가 수만에 달하며 줄줄이 태그까지 달아놓은 사진들을 올리는데 그것이 어찌 나의 만족, 나만의 공간이겠는가? 정말 나의 만족,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면 가입은 하되 비공개는 기본, 팔로워 제로를 유지하고, 혼자 데이터베이스 용도로 쓰면 될 것이다.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생활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로 든 예쁜 여자가 화장실에서 똥 누는 영상을 SNS 올리겠는가? 그건 '사생활'이라 못 올린다. 그게 바로 사생활이다. 이게 아닌 이상, 사람들의 관심, 특히 호의와 칭송을 구하려고 SNS에 사진을 올린다는 지적은 틀린 게 아니라 정확한 지적이다. 


그런데 저러한 악플러의 지적에 저런 식으로 답하는 것은 결국 허술한 논리도 문제지만, '관심'을 구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악플러들의 대전제에 굴복한 셈이 된다. 즉 자신도 애써 관심을 받으려는 행동이 추잡한 짓이라고 여기는 거다.


아니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관심을 구하는 게 잘못된 건가? 주변을 둘러보면 이 세상,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관심을 기반으로 구축돼 있다. 남녀가 관심이 있기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인류가 유지된다. 관심이 있기에 물건을 사고, 판다. 관심이 있기에 책도 읽고 독서도 한다. 예술가의 관심이 있기에 예술작품도 탄생한다. 대중의 관심이 있기에 예술가도 먹고 산다. 너는 저 회사에 관심있어서 취업을 하려하고, 저 회사는 너에게 관심이 있어서 널 뽑는다. 


하물며 '관계'망 서비스를 내세운 SNS야말로 관심의 대향연장이다.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운영된다. 그곳에서 관심을 받는 것, 받으려 애쓰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도, 변명해야 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몸매가 예쁜 여자분들, 잘났지 않은가? 잘났는데 씨발 왜 겸손해야 하는데? 겸손은 미덕이고, 미덕은 지키면 아름답지만 강요하면 추악하다. 겸손해야 할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전에도 썼듯 저딴 악플다는 좆밥들의 증오, 질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 그게 아니고서야 겸손할 이유는 없다. 


거기다 현대자본주의 정보통신이 극도로 발달한 사회, SNS든 뭐든 그러한 관심이 모이면, 실제적인 물질적, 사회적 성취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일이 실리에 어긋날 일도 없다.


따라서 나만의 공간은 아닐지언정 제 잘난 맛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자유고, 대중의 관심을 구하는 것, 칭찬받고 싶은 욕구 역시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상 관심과 관계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우려면 니체의 초인, 인도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정도 되는 현자 정도가 아니고서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즉 멀쩡하고 건강한 보통사람으로서 아름다운 몸매와 외모를 갖추고, 그걸 남들에게 내세우는 것은 절대 추잡한 짓이 아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라는 거다. 앞으로 누군가 테클을 걸면 논리적 오류와 허점이 많은 자신의 만족, 나만의 공간이라는 식으로 주구장창 변명하지 말고, 이렇게 답하길 바란다.


"그래 관심 존나 받고 싶어서 올렸다. 왜? 그러는 너도 내 관심받자고 굳이 악플 달았잖아. 씨발놈아."


이거 한마디면 악플 대응으론 충분할 것이다.    


사실 내가 하는 이 복싱블로그도 다- 관심 받자고 하는 짓이다. 누군가 읽겠지? 라는 생각에 글을 올리지, 나만 보는 나만의 만족, 나만의 블로그야! 이렇게 생각진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더 추잡하고 추악한 글들이 올라갔을 거다. 이렇게 사람들도 몇 안 오는 하꼬따리하꼬 블로그도 이럴진데 팔로워가 수만에 이르는 SNS는 더욱 나만의 공간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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