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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프킨 vs 제이콥스 경기결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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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프킨 vs 제이콥스 경기결과.....

TripleGGG 2017. 3. 19. 14:22

오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게나디 골로프킨 vs 다니엘 제이콥스의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의 경기결과, 매우 놀랍게도 골로프킨의 '판정승'이 나왔다. 

일단 한마디 한다. 


오늘 진짜 왜 이러나 로만 곤잘레스부터 시작해서 UPSET(이변)의 연속이다. 아니 내 보기엔 곤잘레스의 패배보다 골로프킨의 판정승이 더 UPSET이다. 곤잘레스 경기의 평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사실상 골로프킨 팬페이지답게 골로프킨 경기부터 살펴본다.


일단 3라운드까지는 둘 다 탐색전이라 할 만큼 매우 신중한 경기였다. 잽도 자주 나오지 않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링 중앙은 골로프킨이 선점하고 추적하며, 제이콥스는 링을 넓게 쓰며 반격의 카운터 찬스를 엿보는 형세로 경기가 진행됐다. 


그러다 4라운드에 불시에 터진 골로프킨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연발에 제이콥스 다운, 하지만 그리 큰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뒤로도 팔팔하게 뛰어당기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5라운드에서 한 대 맞더니만 제이콥스가 뜬금 사우스포로 전환해서 상대를 시작하는데 어째 골로프킨이 제대로 제이콥스를 잡아내질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공세일 땐 오소독스, 수세일 땐 사우스포로 전환하며 링을 넓게 쓰는 제이콥스를 상대로 제대로된 공격을 적중시키지 못했다. 그게 12라운드까지 계속 됐고, 종반부에는 이에 용기백배한 제이콥스의 공격이 오히려 빛을 발하기도 했다.


결국 결과는 판정으로 가는데 심판전원일치로 골로프킨의 승리가 나왔다. 나도 제이콥스가 존나게 잘 싸웠긴 했지만 굳이 승부를 가리자면 골로프킨이 약간 우세라고 봤다. 다운 한 번에 챔프 어드밴티지까지 적용하면 더욱 그렇다. 허나 솔직히 요즘 판정이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데 이 경기는 제이콥스가 가져갔더라도 그럴 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분위기는 분명 백중세였다는 거다.


펀치스탯도 골로프킨이 우위


무엇이 문제였을까? 골로프킨이 그간 보여준 모습이 과대평가 됐거나 그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골로프킨이 그간 상대해 온 수많은 일류복서들이 충분히 증명한다. 결정적 변수를 꼽자면 단연 제이콥스다. 제이콥스가 내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는 것이고 상성상 골로프킨과 반대편에 있다는 거다. 


과거 도미닉 웨이드가 우월한 체격조건을 가지고 해내지 못한 것을 제이콥스가 제대로 보여줬다. 거기다 테크닉은 웨이드와는 비교불가할 정도로 위에 있으며 전적으로도 어디 흠잡을 데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제이콥스를 과소평가 했다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까지 싸워줄 줄은 몰랐다.


뚜렷한 체격차

다만 여기서 과거 드미트리 피로그가 제이콥스를 TKO로 이겼으니 피로그가 역대급 복서였다-라는 둥 하는 멍청한 가정을 하는 자는 없길 바란다. 복싱이라는 스포츠는 덧셈, 뺄셈이 아니다. 골로프킨에게 털린 르뮤가 제이콥스를 이길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르뮤를 다시 골로프킨이 이길 수도 있는 거다. 어느 정도 객관적 전력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결국 상성과 조합의 문제이고 오래 전의 은퇴한 복서의 객관적 전력을 현재 기준으로 판명할 수도 없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골로프킨 경기 사상 가장 헤맨 경기였으며 그만큼 기존의 골로프킨 경기와 상대적으로 재미도 없었다. 무슨 공중파 징크스도 아니고 공중파만 때리면 이런 경기가 나오는 느낌이다.


나는 과거 다른 선수들이 찾지 못했던 골로프킨의 약점, 즉 제이콥스의 강점과 장점, 전략이 드러났으니 분명 러브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골로프킨도 한 번 해볼만 한 상대다라는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 어쨌거나 아직 골로프킨에게는 여전히 패배가 없으니 누군가 첫 패배를 안긴다면 복싱시장에 떠오르는 대어가 될 테니 말이다. 혹은 골로프킨을 링 위에 쓰러트리기라도 한다면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이다. 오늘 경기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아마 제이콥스는 당근 재경기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골로프킨도 마찬가지일 거다.


더하여 이제 5월에 있을 알바레즈의 경기도 기다려진다. 알바레즈도 어깨에 힘 좀 들어갈 거다. 상위체급에서 온 차베스 주니어를 이길 수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팬심으로 보자면 오늘 골로프킨의 고전이 안타깝기도 하나 앞으로 복싱계의 얽히고 얽힐 대전지도를 그려본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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