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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UFC) VS 복싱??

TripleGGG 2015. 11. 30. 19:53

이종격투기(UFC)와 복싱을 굳이 비교하며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둘 다 좋아한다. 이종격투기도 예전 프라이드 때부터 봐왔다. 물론 당연히 블로그에 공들여 글을 쓸 정도로 복싱을 훨씬 더 좋아한다.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나는 이종격투기든 복싱이든 최고의 선수, 누구나 인정하는 경지에 오른 선수들을 좋아한다. 보통사람은 도달할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오른 자들이 극한의 신체능력을 겨루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절정에 오른 이종격투기 선수들보다 절정에 오른 복싱선수의 수준이 더 높다. 그래서 복싱을 더 좋아한다.


단순히 경제논리만으로 탑복서가 탑이종격투가보다 돈을 수십 배 더 받는 다는 것으로 선수들의 수준을 논하고 싶진 않다. 물론 경제논리로도 얼마든지 복싱선수의 수준이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설명 가능하다. 가끔 이종격투기가 복싱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둥, 혹은 이종격투기 단체 그러니까 UFC의 수익이나 단체의 규모가 복싱시장을 위협할 수준이라는 둥의 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백프로 개소리라고 보면 된다. 카넬로 알바레즈 한 명이 받는 대전료가 UFC탑랭커 열 명이 받는 대전료 합친 거보다 많다. 이건 토 달 것도 없이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하면 된다. 어찌됐건 돈이 몰리는 곳에 좋은 선수들이 몰린다. 대한민국에서 프로복싱시장이 개털렸다는 생각엔 이의가 없다. 동의한다. 하지만 세계시장? 거기다 북미시장을 들먹이면서 UFC의 우세를 경제논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스스로 멍청함을 인정하는 것밖엔 안 된다. 


앞으로 몸값이 더 오를 예정인 알바레즈


나는 이런 경제논리는 차치하고 왜 UFC, 이종격투기의 선수의 수준이 낮아지고 선수층이 얇을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종격투기의 경우 룰상 주먹은 물론 발차기와 관절기 등도 활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팔꿈치도 쓸 수 있다. 글러브는 관절기가 가능하도록 핑거글러브를 사용한다. 그만큼 글러브가 가볍고 작은 힘으로도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그야말로 재미본위를 중심에 둔 화끈한 격투를 볼 수 있다.  반면 조금만 주먹이 오가도 선수들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고 멍이 들고 피부가 찢긴다.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당연히 복싱보다 심각한 데미지가 경기를 할 때마다 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가뜩이나 선수생명이 짧은 투기종목에 종사하는 선수의 수명을 더욱 짧게 만든다. 이는 어쩌다 튀어나온 럭키 펀치에 희생되는 일도 잦게 만든다. 덕분에 갑자기 어떤 선수가 부각되거나 저무는 일도 잦고 반전도 많다.


복싱의 경우 기본적으로 체급에 따라 글러브의 무게가 결정되고 이는 선수의 손과 얼굴의 큰 부상을 방지한다. 데미지가 누적되는 것은 이종격투기와 마찬가지이나 당연히 훨씬 적고 그만큼 선수의 수명도 길어진다. 반전도 많지 않다. 강자가 강하다. 재능과 노력이 답을 준다. 물론 가끔 플로이드 메이웨더 같은 선수가 등장해 복싱의 현실에 회의를 품게도 하지만 반면 골로프킨 같은 선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천재들이 즐비하니 방어의 천재가 있다면 공격의 천재도 등장하는 법이다. 


가정을 해보자. 내 주먹이 어릴 적부터 한 대만 치면 사람이 뒤로 넘어간다. 싸움에 대한 재능이 거의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종격투기를 하겠는가, 복싱을 하겠는가. 간단하다. 덜 다치면서 오래 더 많이 벌 수 있는 종목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메인스트림에서 한참 밀려난 복서가 이종격투기를 하는 경우는 많아도 그런 격투가가 복서가 되서 경기를 갖는 일은 흔치 않다. 당연하다.


체력이든 주먹이든 재능이 있는 사람이 복싱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이종격투기 UFC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비교대상도 아니다. UFC는 스포츠가 아닌 일종의 쇼에 가깝다. 격투가들의 노력이나 그들의 재능을 폄훼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이종격투기의 경기방식이나 룰, 재미본위의 대진방식이 스포츠가 아닌 쇼로 만드는 것이다. 경기에 따라 복싱보다 더 화끈한 재미는 줄 수도 있을 것이다.


WWE에서 활약하던 브록 레스너가 UFC로 전향해 전설이라던 랜디 커투어를 TKO로 꺾고 한 때 UFC헤비급챔피언이 되었던 것이 쇼-에 관한 좋은 예다. 진정 엘리트 스포츠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브록레스너는 레슬러일때 제일 멋지다. 


어디서 갑자기 나 복싱할래 하고 등장한 선수가 복싱 챔피언이 되는 일은 절대 없다. 얼마 전 고작 4전 만에 바실 로마첸코가 WBO챔피언이 되었지만 로마첸코는 아마 전적이 무려 397전 396승 1패다. 로이존스도 오스카 델라 호야도 플로이드 메이웨더도 아미르 칸도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복싱시장은 이렇듯 아마추어 복싱이 매우 단단하게 선수층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결국 재능과 노력을 겸비해 두터운 선수층을 뚫고 올라온 정수에 달한 자가 벨트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현 프로복싱이란 것이다. 물론 이종격투기 선수들도 그런 노력과 재능을 겸비한 선수가 있을 테지만 확실한 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론 복싱만큼 좋은 선수들을 확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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